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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자다

지나19 2022. 7. 8. 21:39

" 엄마, 필요한거  없습니꺼? "

"내사 돈만 있으믄  된다 "    아들놈이 힘들어 지면서 매달 주던 용돈도 마다 하고 같이 고생하자 했더니

큰 돈 들어가는건 다 해결해 주는데......

 

저녁 먹으면서 "  영감  우리 부자다, 그지요? "  영감이 고갤 끄덕 거린다.

돈을 벌면서 큰 아파트에  세단에  남보기에 부자 처럼 살때도 난 부자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부끄러운 소리지만 아들놈들 병원 갈때는 병원비가 적게 나온다고 교만을 떤 적이 있긴 하지만

결코 부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돈이 다 나가고 이 작은 집에서  노후 준비도 되지 않은채  기적처럼 두 아들놈 장가 보내고

두 늙은이가  적은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사 우리 부자다  하고 산다.

사는게 마음먹기라 하두만 정말이다. 

지금 냉장고엔  육개장, 소고기, 돼지고기,  과일, 아이스케익을 80개나 사 넣어놓고 각종 라면,  삼분카레,

두루말이 휴지도 충분히 사 놓고  김장김치도 사 넣어놓고  쌀도 넉넉히 있고   두 늙은이가   각각티비를 끌어안고 있고

나는 컴퓨터까지 갖고 놀고 있고 아들놈이 준 냉장고는 용량이 805ml  나 되니 뭘 좀 넣어도   널널 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물가가 자꾸오르니  쟁여 놓은것도 있지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사는것도 처음인것 같다.

영감이  나이가 들면서 많이 수월해진것도  그렇지만  두 아들놈들이  아무 말없이 잘 살아주니 그것으로도  마음은 편하다.

 

돈이 없어지면서 부자다  하고 사는 이 역설적인  말은  살아보지 않고는 알수가 없을거다.

모든것 다 내려놓고  모든것을 다 그분의 섭리라고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니 이렇게  부자다  하고 살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친구집에 가서 된장, 막장, 김장김치를 얻어왔다. 친구도 힘들게 사는데 이렇게 장을 나눠주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친했던 성당 사람들도 집에서 장을 담으면서도  된장 하나 나누어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날 주려고 덜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난 해 준게 없는데.... 그저 그 친구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하려 했을뿐인데 그 친구는  내게 마음편히 얘기할수 있다며 고마워 했다.

금전으로는 도울수 없지만   그렇게 서로 정은 나눌수 있어  나도 고마웠다.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