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필요한거 없습니꺼? "
"내사 돈만 있으믄 된다 " 아들놈이 힘들어 지면서 매달 주던 용돈도 마다 하고 같이 고생하자 했더니
큰 돈 들어가는건 다 해결해 주는데......
저녁 먹으면서 " 영감 우리 부자다, 그지요? " 영감이 고갤 끄덕 거린다.
돈을 벌면서 큰 아파트에 세단에 남보기에 부자 처럼 살때도 난 부자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부끄러운 소리지만 아들놈들 병원 갈때는 병원비가 적게 나온다고 교만을 떤 적이 있긴 하지만
결코 부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내 돈이 다 나가고 이 작은 집에서 노후 준비도 되지 않은채 기적처럼 두 아들놈 장가 보내고
두 늙은이가 적은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제사 우리 부자다 하고 산다.
사는게 마음먹기라 하두만 정말이다.
지금 냉장고엔 육개장, 소고기, 돼지고기, 과일, 아이스케익을 80개나 사 넣어놓고 각종 라면, 삼분카레,
두루말이 휴지도 충분히 사 놓고 김장김치도 사 넣어놓고 쌀도 넉넉히 있고 두 늙은이가 각각티비를 끌어안고 있고
나는 컴퓨터까지 갖고 놀고 있고 아들놈이 준 냉장고는 용량이 805ml 나 되니 뭘 좀 넣어도 널널 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물가가 자꾸오르니 쟁여 놓은것도 있지만 이렇게 마음 편하게 사는것도 처음인것 같다.
영감이 나이가 들면서 많이 수월해진것도 그렇지만 두 아들놈들이 아무 말없이 잘 살아주니 그것으로도 마음은 편하다.
돈이 없어지면서 부자다 하고 사는 이 역설적인 말은 살아보지 않고는 알수가 없을거다.
모든것 다 내려놓고 모든것을 다 그분의 섭리라고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니 이렇게 부자다 하고 살수 있는 것이다.
오늘은 친구집에 가서 된장, 막장, 김장김치를 얻어왔다. 친구도 힘들게 사는데 이렇게 장을 나눠주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친했던 성당 사람들도 집에서 장을 담으면서도 된장 하나 나누어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날 주려고 덜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난 해 준게 없는데.... 그저 그 친구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하려 했을뿐인데 그 친구는 내게 마음편히 얘기할수 있다며 고마워 했다.
금전으로는 도울수 없지만 그렇게 서로 정은 나눌수 있어 나도 고마웠다.
세상은 돈이 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