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제법 더운것 같은 엷은 구름이 끼어있는 날이다.
아무 생각없이 기도문을 쓴다고 A4지를 내어놓고 날자를 쓰다보니 5월15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결혼한지 46년이 되었다. 참 바보같은 결정을 하고 시작된 46년의 결혼 생활은
너무 힘들어 마음속으로 보따리를 몇번을 쌌던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고 또 한 몇년간은
어르신 말씀대로 문지방에 한쪽다리를 내어놓고 살았던 세월도 있었다,
어디가서 물어보면 보는 사람마다 날보고 일부종사 한다더니 참 그것도 팔자에 있는 모양이라....
엄마한테 신랑잘못 골라주었다고 투덜대면 니는 뭐가 그리 잘났노? 하시며 꾸중을 하시니
나도 할 말도 없었다.
나는 내 남편을 통해서 뭔가 성장하고 싶었는데 내 남편은 내 허리를 붙들고 못살게 구는 사람같았다.
남편과 살면서 얻은것은 화병 뿐이었다.. 유태인들의 속담에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주어란 말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시부모님들은 고기는 손에 쥐어 주었지만 잡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생각하면 나 역시 생활력이 강한편은 아니었다 생각된다. 아들놈 대학 등록금이 없어 식당에서 하루 12시간을
일을 하고는 발이 완전히 고장이 나 버려서 걸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한달 겨우 하고.....
그렇게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고 나는 종교를 갖게 되었고 어느날문득 이 고난이 하느님께서 내게주신 과제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느님이 말씀하신 그 진리를 찾으려 애를 쓰다보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잘 살려고 애를 썼더니 과연 이 늙으막엔 편안함이 찾아왔다.
예전 동양철학을 가르치시던 선생님께서 내 사주를 보시며 선문답을 하시듯이 말씀하셨다.
별은 밤이 깊을수록 더 밝게 빛난다.....
나는 단번에 그 말씀을 알아 들었다. 나이 칠십이 넘으니 돈을 내 마음대로 쓸수는 없지만 마음 하나는 편하다.
영감도 세월이 가니 괴팍하고 이기적이던 그 성정이 많이도 죽고 할멈 귀한줄도 아는것 같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도 내가 깨우친대로 실천하려 애를 쓰니 마음이 편안하다. 이젠 맺을줄 알고, 끊을줄 아는 지혜가 생겼다.
내 마지막 숙제라 생각하는 우리 야옹이, 그리고 영감만 잘 보내면 나는 그날 저녁에 하느님이 부르신대도
기쁘게 갈 것이다. 갱희야, 잘 살아 내었다. 하느님께서 널 축복하고 계신다. 아~~~~~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