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미사를 갔다 오는 길이다.
우리 성당엔 미사가 없어서 서면 성당까지 가서 미사를 보고 오는길이
아직 초저녁이라면 초저녁인데 왠 젊은 여자가 벌써부터 술이 취해 그 큰 대로를 갈짓자로
건너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렇게 마셨겠나?
나도 한때는 그랬다.
살기가 너무 힘이들었다. 남편도 보기싫고 현실도 싫고 그저 죽고만 싶고 멀리 떠나고만 싶었다.
그땐 괴로워서 술을 마셨다. 그러면 잠시는 잊을수가 있었다
그러나 술이 깨면 더 괴로워졌다. 술마신 내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진 않았다 싶은 마음에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으리라 결심 했지만 막상 술을 앞에 놓고 앉으면 결심은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난 또 술을 마시곤 했다. 그리고 가끔은 흐트러진 모습이 되었을것이다.
술이 취하면 노래방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때만 해도 노래를 제법 했었다. 왠만한 가수들 만큼은 했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나면 속이 좀 시원한듯 하기도 했다
그러나 술마시고 노래 부르는건 현실을 잠시 잊는것일뿐 내 안의 멍울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혈압약 때문인지 언제 부턴가 술을 마시면 볼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니 내 모습이 기가 찼다. 술을 마셔 붉어진 내 얼굴을 도저히 용납할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술을 끓었다. 한참동안은 술이 마시고 싶어서 애를 먹었다.
이즈음은 다시 가끔씩 마시지만 예전처럼 많이 마시진 않는다.
좋은 사람들과 한잔 나누면 그 자리는 정말 즐겁다. 그 분위기 때문에 가끔씩은 마시지만
이젠 예전처럼 현실을 잊기위해 마시진 않는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그 큰 대로변에서 비틀거리던 그 여자를 난 이해할수가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난 다시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시한번 마음을 다지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