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되었다. 아들놈들은 엄마 뭐 먹고싶냐고 물었지만 먹고 싶은것도 없고 생일이 뭘 별건가 싶기만 했는데
남편의 건강도 걱정되고, 비뇨기과 검사를 하러 갔는데 혈액검사 결과 너무높은 간 기능 수치로 비뇨기과는
다음번에 보고 소화기내과 부터 가기로 하고 다시 혈액검사. 엑스레이, 씨티를 찍어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니 아무리 약초 닳여먹은게 문제라는 심증은 가지만 마음을 약초물을 안먹는 다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침, 아들놈의 친구가 정육점을 성당밑에서 개업하길레 가서 곰거리를 좀 사와서 끓이는중 문득 드는 생각이
이 국물에 수육거리 좀 넣어서 곰탕으로 가볍게 저녁을 먹자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수육거리를 사와서 삶고
큰 며느리에게 말했다. 밖에서 먹지말고 집에서 가볍게 먹자 하고 있는 반찬 내고 파 한단 사 오라해서
곰탕으로 저녁을 나눠 먹었다. 두 녀석들이 다 힘들어 하는데 돈을 쓰게 하지말자 하는 이 에미의 마음을
남편은 그래도 니가 힘들어서 우야노? 했지만 저녁먹고 설겆이는 덮어놓고 그냥 자 버렸다.
며느리들을 그냥 보내놓고 혼자서 중얼 중얼 거리는 나를 보고 남편은 짜증을 낸다.
그럼 왜 집에서 하느냐 한다. 아픈 허리로 뒷설겆이를 하며 투덜대는 걸 보고 하는 소리다.
아침에 일어나 성당을 다녀오고 감말랭이 감을 다 썰어놓고 설겆이를 다 하고.......
무릎, 허리 때문에 고생하는 내가 어떨때는 이리 살면 뭐하노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죽는 건 잘 모르겠지만 아픈건 견디기 힘들다. 예전 젊을때 한창 돈 벌때는 아픈건 걱정 하지 않았다.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될줄 알았는데 늙어보니 건강 하기만 하면 돈도 벌수 있고 여행도 갈수 있고 등산도 갈수 있고......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걸 이제 건강을 읽고서야 깨닫는 이 헛똑똑이여.......
아니, 바보다. 어릴적 엄마가 자주 날보고 헛똑똑이라 하셨는데 잔머리 굴릴줄 모르고 눈치 볼줄 모르는 내가 딱해 보이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은 흘러 내가 엄마 나이가 되고보니인생이 보이고 철학도 보이고 사랑할줄도 알게 되고 인내할줄도 알게 되었다.
생활비에 엄마 용돈까지 챙겨주는 두 아들이 고맙다.
말도 안되는 말을 해 대는 손자놈도 너무 이쁘다.
그까짓 곰탕 한그릇 나눠먹는것도 이젠 힘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