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불지 마라, 널찐다"
사십여년전의 일 입니다
자갈치 시장골목에서 리어카 행상을 하는 부부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에가고 있었습니다
리어카 좌판위엔, 아마도 낮엔 과일이나 채소가 있었을 그 자리엔
서너살 먹은 꼬마가 앉아 있었습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그 꼬마는 리어카 위에서 끄덕끄덕 졸고 있었습니다
꼬마도 하루종일 시장에서 힘이 들었겠지요
"자불지마라, 널찐다"
부모는 큰 소리로 아이를 깨우고 아이는 또다시 앞뒤로 끄덕이고.....
그때 그 리어카위에 아이를 싣고 가던 그 부부가 얼마나 부러웠던지요
산동네 단칸방에 살더라도 내자식 내가 키우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낳기만 했지 키우는건 남이 다 키웠거든요
그놈의 장사 한다꼬 내 아이 내 손으로 못키우고.....
사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 부부는 행복했을거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가끔씩 생각하는 아름다운 풍경 입니다
이제는 다 커서 제 가정을 꾸린 두 아들에게도 미안함을 떨치지 못하는 못난 엄마 입니다
사랑도 제대로 못주고 키웠는데
그래도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서 장가도 제 힘으로 가고 이 못난 부모에게도 효도 하는 두 아들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어제는 겹벚꽃을 잘라서 예수님 성모님앞에 놓았습니다
떨어진 꽃잎은 예쁜 그릇에 물을 붓고 띄웠습니다
물위에 동동 떠있는 꽃도 아름답고 풍성한 꽃잎과 푸른 나뭇잎이 어울려 물컵에 꽃힌 꽃들을 보니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지......
겹벚꽃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낍니다.
뒷마당엔 민들레가 얼마나 많이 피었는지 그리고 사랑초, 돈나물, 쑥, 방아, 곰보배추, 질경이,
화분엔 정구지가 가득 심어져 있고 그제는 머위뿌리를 얻어와 담장 밑으로 가득 심어놓았습니다
이름모를 풀들도 잔뜩 나있어 베어낼려 하다가 그대로 둡니다. 당장 여름에 모기가 많아질걸 걱정 하면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옵니다. 머위도 뿌리를 잘 내릴수 있을것 같습니다.
비가 오면 움직이기 싫어 성당을 가지 않는 나를 보고 세레나 형님은 또 그러실것입니다.
"비오면 밥도 안먹어?"
그런 바위같은 형님이 계시니 그것 또한 제 큰 복입니다
감기든 영감이 쿨럭거립니다. 그저 이 두 늙은이 자식에게 폐나 되지 말아야 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