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이다.바람은 좀 서늘해진것 같지만 시장에 다녀오는길은 땀이 줄줄 흐른다.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추워 지겠지? 은행잎도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고 다른 나무들도 하나, 둘 겨울채비를 하는것 같다.
큰언니가 노인병원에 있는데 이질이 전화가 왔다. 얼마전 까지 건강해 보이던 언니가 갑자기 소변을 못보고 질에는 무슨 병인지 연고를 잔뜩 발라놨다고, 다리는 뼈만 앙상하고..... 이모, 내가 불효자입니다. 우리 손자 똥냄새는 달콤 하던데
엄마 오줌 냄새는 얼마나 더럽던지요? 이모, 이게 말이 됩니까?자식이........ 하고 운다.
아무게야 너만 그런게 아니고 다 그렇다. 자책하지 말아라....... 먹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거동이 안된다는데 이제 언니의 생명은 얼마나 남았을까? 그 애가 언니의 소식을 전해줄때마다 나는 네엄마가 편하게 죽기를 기도 한다 라고 했는데
치매란 놈은 정말 자기가 죽는줄도 모르고 죽는 것인지....
언니가 요양병원 부터 노인병원 까지 십년이 넘게 산것 같다. 내 오지랍이래도 할말은 없지만 그 세월은 하느님이 언니께 내어주신 보속의 기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을 다 짝지어 보내고 나서 언니가 말은 안했지만 그때부터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는데 언니는 한번도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게 밥을 산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계산적인 언니인데 언니가 아들집에서 나와 혼자 살때 내딴에는 저게 나도 가야될길인것 같아 언니께 극진하였는데 언니는 항상 계산 하고 있었다. 한번은 언니집에 갔더니 가방 가방 돈을 뒤집어 내더니 돈이 57만원이나 되었다.
언니가 말했다."인제 늙어서 이돈 쓸데도 없는데......." 내가 " 그럼 언니야, 나도 한푼 줘봐.." 했더니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아직은 정신이 있어서 못주겠다" 하는 것이었다. 언니가 입맛이 없어 밥을 못먹겠다고 전화가 오면 나는 우리도 못먹는 한우를 사서 호일에 말아 한조각씩 구워먹게 가져다 주었고 김치는 항상 내가 가져다 주었다. "니 김치 아이믄 못 묵겠다" 하니 전화가 오면 김치를 싸들고 가져다 주었다. 또 언니가 정신이 괜찮은가 보려고 십원짜리 고스톱치자 하고
고스톱을 쳐주고 언니가 요양병원 가기 얼마전에 언니에게 처음으로 돈을 따봤다.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나는 언니가 정신이 조금 이상해 졌을때 처음으로 돈 몇십원을 따 봤다. 누가 알겠노?....... 뭘 바라고 한건 아니지만.......
허긴 언니는 항상 재령이씨 얘기만 나오면 몸서리를 치곤 했었는데 마음속으로 우리 형제들과 금을 긋고 산건 아닌지 모르겠다. 언니는 우리하고 아버지가 달랐다. 엄마가 첫결혼에서 남편이 죽고 언니를 데리고 우리 아버지와 재혼 했는데
우리는 다 클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고 지금도 언니는 그냥 내 언니지 다른 아버지?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
근데 언니 혼자 그걸 안고 스트레스 받으며 살았던 것이다. 우리 형제 아무도 몰랐는데.....
사촌 동생도 우리집에 와서 컸는데 지도 나이가 육십이 지나자 내게 하는 말이 차별 안해서 너무 고마웠다 했다.
우리 형제들은 사촌 역시 그냥 한 식구라고 생각했지 다르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맹세코.......
순진 했는지, 바보 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각오 했던 일이지만 이 비보는 슬프다. 그저 하느님께 화살만 쏘아대고 있다
하느님아부지, 예수님,성모님, 우리 언니야 선종하게 해주이소, 미안심더 요새 기도도 지대로 안하면서 부탁만 해대는
이 못난 저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고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