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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갱희야. 등신아.....

지나19 2023. 6. 17. 20:35

할매 다섯이 한달에 한번씩 모이는 모임날이다.

백화점 식당가 에서 밥먹고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고 오는게 끝이다.

예전엔  백화점 식당가는 맛없다고 안가고 부산,또는 부산 근교의 맛집을 쫓아다니곤 했는데

이젠 운전도 힘들고 많이 걷기도 힘들고  백화점 안을 돌다가  이젠 9층에서 모임을 다 끝내고 헤어진다.

언제 이리 늙었나?  

항상 시댁과 남편 험담을 해대던   ㅂ  는  이젠 돈번다고 고생하는 남편이 불쌍타  하고 

ㅇ 는 남편의 헐벗은 머리카락이  안타깝다 하고  다 늙어서 남편 불쌍한줄 아는 여자들이 되었다.

 

자식들  다 잘 키워놓고  노후 걱정 없는 여자들이다. 다섯중 셋이 암에 걸리고 전이도 되었지만 

의료기술이 좋고 돈이 있으니  아무 걱정이 없는 복부인들이다.

 

내가 만든 어설픈 원피스를 입고 백화점 입구를 들어서니  키가 한참큰 젊은이가  명함 하나를 준다.

속으로 ' 내가 이리 입고 와도 거지같이 보이지는 않는갑다'  하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

"야들아, 키가 전봇대 만한 젊은청년이  내한테 dior 명함을 주더라"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나도 받았다  향수다"

까쓰나들 얼매나 싸돌아 댕깄으믄 그게 향수라는걸 아노?  명함이라긴 좀 그렇고  이상하다  했더니 거기선 좋은 냄새가 났다.저거 향수 사라꼬 그래 하나씩 뿌리는구나.  아이고, 갱희야.....   등신아.....

 

옛날에는 내가 제일 잘  나갔는데 이젠 내가 제일 후진 인생이 되었다.

인생이란 그런거지.....  그래도 이젠 모두가  종말이 가까워 지는걸 안다. 서로가 애틋하기도 하다.

돈이 전부가 아니니... 나는   돈이 없어지면서  나 자신을 잘 알게 되었고  인간이 되어가는듯 했다.

나도 돈이 많을땐  교만하기도 했고  없는 사람 사정을 알아주지 못했고  도와줄줄도 몰랐다.

돈이 없어지면서  가난을 알게 되고  그 가난의 실체를 겪게 되었고  콩 하나도 나눌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종교를 가지게 되었고   진리를 찾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가치관이 정립되었고  나는  돈있는 사람에게

기가 눌리지도, 부럽지도 않게 되었다.  베품을 받을줄도 베풀줄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베품을 받을때는  고맙게 받고  내가 베풀때는  베풀고는  잊어버린다.

 

이런 인생의 길을 걷게 된데에는 하느님의 심오한 뜻이 있으시리란 생각을 한다.

언젠가  성당에서 집으로 가며  "  하느님, 내가 와이리 살아야 됩니까? " 했더니  즉답이 왔다." 니는 와 그래 살면  안되는데? "  "예~~~~"  꽁지를 내리고 다시는  하느님께 투정을 않게 되었다.  내 깊은  속 생각까지도 아시는 하느님때문에

난 누굴 미워할수도 없고  그저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되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니,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고맙심더,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