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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길.

지나19 2023. 6. 21. 12:03

비가온다. 장마가 시작일까? 그래도 아직은 얌전하게 내리고 있다.

인제  유월말이 되어가는데 벌써 여름꽃은 다 피고 은행알 조차도 제법 굵어져 있다.

무화과잎도  무성하고  열매도 제법 많이 달렸다.

사랑초는  비가 오거나  날이 저물면  그 고운 꽃잎을 오무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그처럼 비가오면  몸이  축 쳐지고 자꾸 잠이 오는데  억지로 일어나니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고양이란 놈도  축 쳐져서  늘어지게 자고 있다.

 

예전 선생님이  나는 형제들이 전부 흩어질거라고 하며 외롭다 하셨다

친구들도 만나면  좋아하고 성당에서도  누가 언니는 인기가 있어 좋겠다 할 정도 였지만

나는 늘 외로웠다.  돈이 제일인 세상에서  돈이 없는  내 말은 힘이 없었고   나는 할수 있는게 없었다.

그저 돈은 좀 있는척 해야 했고  그 사람들과 나는 가치관이 틀리니  헤어지고 나면 허망했다.

형제들에게도 내가 여유가 있을땐  많이 베풀기도 했다.  저녁  퇴근후  배추 스무포기를 절이고 양념하고

다 나눠주었고  내게 뭔가  좋은게 들어오면 내가 하기보담은  나보다 이게 더 필요한 사람이 있나 살피고  내 생각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미련없이 나눠 주었다.   시원찮은 옷을 만들때도  잘 만들어진건  남을 주고  나는  남은 천을  이어서 

만들어 입곤 했다. 그래도 그렇게 사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힘들어 졌을때  모두들  돈 빌려달라 할까봐 겁을내고 피하고 했지만 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이 잘 살아서 나한테 

손 벌리지 않는것만 해도 어디냐고 영감하고 둘이서 날 도와주지 않는 친정식구, 시집식구 원망은 않았다.

 

언젠가 친구들이 잘 보는데가 있다가 가보자 해서 다섯명이 갔다.

들어가니 젊은 여자 였는데  들어가는 나를 화살로 쏘듯이 날 쳐다 보았다. 무섭지도 않았고 무시하고 자리에 앉았다.

내 차례가 왔다.  날보고 남편복도 없고  자식복도 없다 했다.  친구들 보기가 참담했다. 안그래도 찌글어 들어  친구네 아파트에 들어가  살고 있는 마당에  얼마나 기가 차던지....

근데  내가 생각해도 내가 대단타 싶은 일이 일어났다.  내가  그 점바치에게 물었다.

"  그럼  우리 아들둘, 돈은 잘 벌겠능교? "  돈은 잘 번다 했다.  "  보소, 요새는 옛날 맨치로 그래 보는게 아입니다.

요새 잘 키운 아들놈들은  전부 외지로 가서 일년에 얼굴 한번 보기 힘든데  옛날처럼 옆에서 모신다고 자식복 있다고 보는것 아이구마,  자식들이 돈 잘 벌어서  내 용돈이라도 좀 보내주면  그걸로 자식복은 있다고 봐야지요. 옛날 하고는 세상이

달라졌다 말이요"  점바치는 아무말 못했다.  분이 반이라도 풀린듯 했다.

 

그렇게  점바치에게 대들고 왔는데  아들복 없기는,  내 말대로 아들들은  우리 부부에게 너무 고맙게 해준다.

아는 사람들은 요새 그런 아아들이 어디있노  할 정도로  잘한다.

손자놈은  지 아빠를 낳아줘서 할머니 고맙다 한다. 이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겠노?

그러나 아들들은  독립해 살고 있으니  이 엄마가 외로워 하는건 모른다. 허긴 작은놈은  엄마 심심할때 하라고 건반도 가져다 주면서 컴퓨터에 프로그램도 깔아 주었다.   그래도 자매들끼리 잘 지내는걸 보면 부럽고  형제들이 우애 있게 지내는 것을 보면 부럽고   하루 전화 한번 안 오는날은  내가 잘못산건 아닌데....... 싶다.

 

오늘도 나는 영감이 있어도 외롭다.어차피  인생은 홀로 가는길이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