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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언제나 늦다

지나19 2023. 6. 29. 21:04

영감 친구가 전화가 온다. 이따가 점심 같이 하자고 온다 했다.

마나님은 병원에서 무릎수술을 하고  허리는 시술을 할지, 수술을 할지  지금 신경 주사를 맞으며 상태를 보고 있다 한다.

부인이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  우리 영감 맨치로 그집영감도 마누라 애를 많이도 먹였다.

젊을적  돈 잘 벌때는  술로, 여자로 애를 먹이고  시댁도  넉넉지 못하여  세째아들이지만  맞이노릇을 해야했고

부인은 당연하게 그 모든 것을 다 감내하고  시부모에게도 효도 하였다.  참 어진  부인이었다.

그렇게 몸 아끼지 않고 박봉 공무원의 봉급으로  애들도 셋이나 키워내고 나이가 육십이 되도록 시부모를  모셨다.

그러다 보니 몸이 망가지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감 친구는  부인이 많이 힘들어 하는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흘린다.

"인경아부지요, 여자는요,  뭘 해주는것 보다 말 한마디라도 다정하게 해주면 다른건 다 괜찮게 됩니다. 저도 이 영감 립써비스 바람에 살아낸것  같은데요.."

"인제는 마누라 애 안먹이고 방안에 가만 누워서 말로만 일을 시킨다해도 내 짜증 내지 않을거다"

후회는 언제나 늦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 부인의 고충을 알고 잘 할거라고 하니 그것만 해도 다행이다.

우리 영감이나 그영감이나 성질은 찌랄같아서 그 영감은 예전 젊을적 직장생활 할때는  퇴근해서 집에오면  냉장고위, 액자위 까지 손으로 먼지를 쓸어보며 청소상태를 점검하는 정도 였다고 한다. 

우리 영감은  내가 집이 어전스러워 한 소리 할라치면 "  놔 놔라, 사람사는 집이 다 그렇지 "  내한테는 참 다행이다.

정리를 잘 할줄 몰라 어질러 놓고 사는데 지금은 더 어질러 놓고 산다. 눈에 안보이면  잊어버리고 또 사고,  또사고  하니

부엌에는 어질러 놓고 쓸수 밖에 없다.  나도 젊을땐  좁은 부엌이라도  잘 정리 하고 반들반들하게 해놓고 살았는데

이젠  힘도 들고  옛날 할매들 처럼 늘어놓고   속으로는  ' 할수 없지...'  하고 산다

 

지난번 신경과를 다녀온후 영감이 변해서 요즈음은 반찬투정도  안하고 많이도 수월해 졌다.

할멈 귀한줄  이제사 안다. 예전부터 그랬으면 내가 얼마나 마음편하게 살았을까?

덕택에 내가 인간이 좀 되긴 된것 같지만  그래도 지난날을 생각하면  내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아주 오래전에 대구 친구에게서  염주 하나를 얻었었다. 해탈주  라고 염주알 하나 하나가 해골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그 염주를 손목에 걸고 다니며  나도 언젠간 그 해골모양이 될거라 생각하며 잘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그 염주를 잃어버렸는지 어쨌는지 없어지고  어느날 또 생각이 나서 불교용품을 파는 집을 몇집이나 뒤져서

마침내 해탈주를 하나 구해서 손목에 걸고 다녔었다.  오늘 영감 친구한테  그 염주를 부인께 전해달라고 주었다. 기도 하라고 하이소, 기도의 힘은 있습니다  하면서... 그리고 법륜스님의 책을 한권   보내고  심심할때 읽으라고  했다.

법륜스님의 책은 읽기도 좋고 또 재미도 있고 배울점도 많다.  해 드릴수 있는게 없어  미안하지만  내 마음만은 전해 졌으리라.  여유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불목하고 사는 형제도 내가 여유만 있으면 다 불러모아  마음을 풀고  예전 어릴적처럼  서로 정을 나눌수 있으리라...  근데  마음이 있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은 너무나 이기적이어서  그럴 생각도 없다.    멀어져 간 형제들을 생각하면  마음만 아프지만  내 힘으론 할수가 없으니.....  편하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