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한포기, 깻잎3단, 단호박 7개, 그리고 돼지껍질을 다시 한번 푹 삶아서 가위로 잘라 놓았다.
순전히 내가 먹을 것이다. 어제 끓인 소고기국은 어제 한번 먹고 난 후 먹지 않는다.
힘들게 끓여서 영감 한번 더 먹으면 그만큼 내가 수월하기 때문이다.낮에는 좁쌀밥을 물에 말아 먹고 저녁엔
그제 먹던 피자 한조각을 먹었다. 저렇게 준비 해 놓으면 한참을 내건 잊어버린다.
살도 빨리 빠지진 않지만 더이상 찌지 말아라 싶기도 하고 실제로 조금씩 조금씩 몸이 가벼워 지는것 같다.
몸무게 앞자리수도 하나 내려와 있으니 잘먹을려고 애쓰지 말고 몸무게나 신경을 쓸 일이다.
어제가 말복이라 하두만 그제 밤 그렇게 비가 퍼붓는데도 귀뚜라미소리를 올들어 처음으로 들었다.
가로수의 은행알이 노란것은 제법 노랗게 물들어 있두만 미물들도 계절이 변해가는건 사람보다 먼저 아는것 같다.
예전엔 계절이 바뀔때면 괜스레 가슴이 설레이고 했는데 이젠 덤덤 하다. 홀몬이 그렇게 만든다 하기도 하지만
살아와보니 다 그게 그거인걸 몸도 마음도 아는모양이다
오늘 묵혀 두었던 타올을 다 삶았다. 때가 많은곳은 따로 빨래비누를 야무지게 문대고 찜통으로 삶았더니
둘이 사는집에 스무장이 넘는 타올이 빨래줄에 줄줄이 널렸다. 있는 사람들이야 삶는 기능이 있는 세탁기를 쓰지만
이렇게 삶아도 되는데 지금 궂이 그런 세탁기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앉았다 일어서려면 몇바퀴를 돌아가며 겨우 일어서는 나를 보더니 아들놈이 에어매트를 사 주겠다 한다.
마음이야 고맙지만 그건 허리가 안아프다는 보장이 없으니 괜히 돈 쓰기도 그렇다. 내가 알아보고 괜찮다 싶으면 사 달라
하겠다고 했다. 고맙다.
지난 토요일 다녀간 작은 언니에게서 얼마전 오빠가 와서 이질놈 호텔에서 자고 언니집까지 들러서 간 얘길 들었다.
서운했다. 내가 잘 살면 이질놈도 오빠도 내게와서 얼굴을 내 밀건데 못살아서 폐가 될까봐 안온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무시 당하는 기분이 더 강하게 든다. 차라리 편하긴 하지만 가슴 저 깊은곳엔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요즈음 흰머리 독수리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나가는 영상을 한번씩 보는데 먼저나온 놈들은 본능적으로 뒤에나온 힘없는 새끼들을 쪼아서 죽이거나 쫓아내거나 한다. 어미도 그걸 가만 놔두는데 강한 놈을 키우려는 본능이기도 하리라
사람도, 형제들도 다 자라면 잘사는놈들은 잘사는놈끼리 힘든놈은 힘든놈끼리 어울려야 서로가 편안한걸 알수 있다.
그렇게 살아가도록 만들어져 있는 지금을 사는 나는 차라리 만나지 않는것이 더 편하다.
내 새끼들과 밥도 먹고 고기도 먹고 손자들 크는걸 보며 편안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