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야, 전화 받어라" 둘째 시숙이다, 요양원에 계시는,
힘든 목소리로 억지로 말씀 하신다. " 제수씨, 내가 돈을 이백만원 정도 보낼거니까 구호는 주지말고 제수씨가 갖고 있다가
꼭 필요할때 쓰소," " 아주버님, 안 그래도 병원비 많이 들어가는데 괘안심더"
"내 병원비 마이 있구마, 걱정말고 그돈 구호주믄 안되고 제수씨가 갖고 있다가 꼭 필요한데 쓰소! "
힘들게 말씀 하시는데 그 따듯함이 느껴져 고맙다고 하고 끊었다.
시동생께 전화했다. " 아지매, 나도 전화 받았구마, 그거 치맵니더, 치매! "
"치매든 뭐든 마음에 있으니까 말로 나오는거 아이겠능교? 달이아재, 혹시나 돈을 주거든 갖고 있다가 병원비로 드리소.
내사 그 돈 받을 염치도 없구마" "알겠심더"
돈 많은 사람은 지돈 챙기느라 옆의 형제들을 돌아보지 못하는가 보다.
큰 아주버님은 재산이 많았지만 영감한테 "우째사노? " 하고 한번 물어본 적도 없다.
그저 우리 앞에선 돈없다고 앓기만 했다.
평소 말씀이 없으시던 둘째 시숙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지금은 돌아가신 큰 언니도 그랬다.
한번은 언니집에 갔더니 가방을 있는대로 내어놓고 돈을 찾아내고 있었다.
돈이 많이도 나왔다. 57만원이 나왔다. " 내가 지금 쓸데도 없는데 돈이 와이리 많노? "
" 언니야, 나도 한푼 줘봐 " 돈을 들고 한참 생각하던 언니 입에서 나온말은 " 내가 아직은 정신이 있어서 못주겠다 " 했다. 내 언니가 맞나 싶었다. 언니가 아들집에서 나온후 나는 내일 같아서 언니께 신경을 많이 썼다.
언니는 내 김치만 먹는다 하며 김치만 없으면 나한테 김치좀 가져오라해서 난 항상 언니께 김치를 가져다 주었다.
어느날은 아파서 아무것도 못먹고 있다고 죽는소리로 전화가 왔다.
나는 언니집 근처 정육점에서 한우를 얇게 썰어서 비닐로 감아 하나씩 구워 먹으라고 주었다.
우리는 한우는 절대로 먹지 못할때였다. 수입고기도 겨우 먹을때 나는 언니는 수입고기를 안 먹는줄 알고 한우를 사 주었다. 잘 했다고 하는게 아니라 내 딴엔 언니가 가는길이 내길인것 같아 정성을 다했던 것이다.
물론 언니가 내가가면 밥도 사주고 했지만 그걸 작은언니께 애기하며 생색을 내곤 했다
그 언니가 노인 병원에 있다가 죽고 난 이질들에게 전화한번 할 생각않았다.
이질들도 말로는 엄마대신에 이모 라고 하더니 전화 한번 오지 않았다.
그래, 항상 내가 말하듯이 언니가 죽든 내가 죽든 죽으면 이질들 하고도 끝이나는것이었다.
나도 내 아들과 이질들과 연락하고 살든 그냥살든 개의치 않는다.
인연은 그렇게 끝나는 것이다. 내가 언니께 한것은 내몫, 언니가 나에게 한 짓은 언니몫,
계산은 하느님께서 해 주시는것.
그렇게 나의 주위가 하나씩 떨어져 갔다. 근데 편하다.
내 형제들과도 콩가루 처럼 흩어져 갔지만 이젠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내 형제들과 나 또한 누가 잘잘못인지 하느님께서 다 가려주시리라. 나는 내 본성으로 살았다
다 같이 잘 살기를 원했고 도와주고 싶어했고 같이 고생하고 싶어했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당신께서 알아서 해 주시라고 기도하며 살았다.
지금 나는 편안하다. 그럼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