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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살자...

지나19 2024. 8. 26. 18:11

아침,  한의원 가는길,  가로수의 백합나무가 벌써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은행알들은 제법 노란색으로 아직은 잎속에 숨어 소리없이 익어가고 벚나무도 잎을 제법 떨구기 시작했는데

바람은 서늘하나 햇볕은  아직 따갑다.

어젠, 작은놈은 안부 전화가 오고  큰 놈은 식구들과 같이 다녀갔다.

둘이  먹는게 너무 없어  밥 준비를 할 수가 없어  할수 없이 은행의 돈을 찾았다

십만원을 찾아  애들 짜장면과 탕수욕을 사 먹이고 손자 둘이 만원씩 주었다. 이젠 돈을 알아  고맙습니다 하며

인사 하는놈들에게 많이 못줘서 미안했다.

며느리는 내가 사 놓은 청소기를 보더니 거치대를 사서 돈은 지가 낸다고  하며 웃는다.

그래, 이리 자주 봐야 정도 나고 하는데.... 

 

팔월의 마지막 주일이구나.....

무화과 나무는  올여름이 좀더 길어졌는지 웃자란 가지. 그리고 아랫쪽의 가지에  촘촘히 달린 열매가 안 클줄 알았더니 

지금 한창 볼록볼록 커지고 있다.  수위 아저씨가 자르려는걸 못자르게 했더니  열매가 많이도 달려 올해는  내가 무화과를

독차지 하고 있다. 볼그레 하게 익으면 영감이 따준다.  나에게  뭐라고 해줄수 있으면 좋아라 하는 영감인데......

세상사 참 마음대로  안되지만 요즈음은 나도 영감께 잘 해주려 하고 영감도 소리를 좀 덜 지르는 편이다.

다 늙어서 서로 죽이며 살게 되는게 다행이긴 하지만 젊을때부터  그렇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놈의 허리는 좀 낫는듯 하다가 또 아프고  또 아프고를 반복하는데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병원을 다녀야 되겠다.

영감이 없을때 언니께 전화를 해 보고 싶다가도  마음이 돌아서는데...

잊고 살자. 잊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