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하고 등산스틱을 짚고 공원으로 향했다. 내 눈으로 가는 가을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원 서쪽끝에서 오리를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햇살이 좋아서인지 오리는 연신 물속을 들락거리며 목욕을 하고
나는 이름모를 가을꽃들을 보았다. 하느님요, 세상을 우째 이리 아름답게 만드셨능교? 하면서....
거대한 졸참나무 를 보았고 나뭇잎을 떨구는 느티나무와 마로니에 그리고 은행알를 다 떨구고 이제사 할일을 다
했다는듯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기 시작하는 은행나무와 붉게 타 들어가는 단풍잎, 화살나무잎이 그렇게 곱게 물이
드는줄도 처음 알았다. 넓은 잔듸밭을 가로지르는데, 바이올린을 가져와 이 넓은데서 연습하면 아무도 못듣겠다 싶었다.
다음엔 자리를 가져와 이 넓은 잔디밭에 누워 따듯한 햇살을 즐기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쳐다보리라.....
해당화열매가 아직 달려 있어 몇개 따서 손자에게 주니 좋아한다.
갈대가 아닌 감팔라뭐라나 하는 나무는 숱이 많고 길어서 지난번 호포에서 꺾어 왔는데 여기도 많이 있어 억새와 또 다른 갈대와 함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가을장미도 색색으로 피어 있고 이름모를 가을꽃들이 얼마나 예쁘게 피었던지
몇시간을 걸어도 더 걷고 싶었다. 아픈 허리를 등산 스틱이 잡아주는지 아주 가끔씩 앉아 쉬면서 그 넓은 공원을 헤메어
다니니 나는 아무 걱정도 없는것 같았다.그 순간만은 그곳은 천국이었다.
수녀님이 말씀 하셨다. 지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내가 대답했다. 수녀님 저는 이 세상이 지옥이고 연옥이라 생각합니다, 수녀님이 기가 찬지 아무말도 못하시고 교실을 나가셨었다.
천국과 연옥의 존재를 말하는 천주교지만 내 생각엔 이세상은 지옥보다는 연옥에 가깝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잠시 천국과 연옥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사는건 아닌가?
나 스스로 천국에 살고 싶어 노력을 하는건 아닌가?
이번에 레지오를 탈퇴하려 한것도 그곳엔 기도처가 아니고 봉사하는 그룹이 아니고 그저 친목모임 같아서였다.
그러나 삼십년이 넘었다는 그 모임을 나때문에 해체되었다는 말은 듣기도 싫고 또 성모님도 원하시지 않을것 같아 단장직을 내려놓고 서기를 하기로 하였다. 11월 일년동안 활동상황을 보고 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많이도 바빠졌다.
서기인 마리아는 전혀 관심이 없고 내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할줄 모르는 싸가지....
원래는 서기가 다 준비하고 보고해야 하지만 올해도 내가 일년동안 활동한것 집계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쁘지만 내 머리속엔 다시한번 가을속으로 걸어가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아들 말마따나 네다리로 다시한번 시도 하리라....
고맙습니다 하느님, 아부지,예수님,성모님.
이 아름다운 가을을 주셔서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