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새파란 풀들이 마구 올라온다.
아니, 약재들이 마구 올라오고 있다. 고혈압, 당뇨병, 기관지천식, 만병통치약들이 한약방이 아니고
들에 지천으로 깔려 피어나고 있다.
언젠가 부터 이 전통 약재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욕심이 났다. 돈도 들지 않고 내가 좀 수고 하면 될것 같아서...
땅빈대를 비롯해 몸에 좋다는 약재들을 들에서 캐 모으고 말려두기 까지 했다.
영감이 욕심을 내더니 좀 다려달라 해서 이것 저것 넣어서 두되 주전자에 끓여 주었다.
약처럼 먹는게 아니고 물 마시듯 먹으라 했다. 다려 주면서도 뭐 큰 효과가 있으랴 하며 너댓가지의 풀을 끓였다.
근데
영감이 몇해전 처럼 소변 색갈이 붉다며 병원에 가자 해서 메리놀 비뇨기과로 갔다.
여러가지 검사를 해놓고 집으로 버스를 타고 오는데 집에 오기도 전에 전화가 왔다.
병원이었다. 소변이 문제가 아니라 소화기 내과부터 가봐야 된다고 되돌아 오라는 다급한 전화가 왔다.
내일 갈께요, 해놓고 그 다음날 소화기 내과로 가니 간 수치가 보통 30을 정상치로 보는데 우리영감은
1300 이 나왔다 한다. 의사가 큰일났다 한다. 참, 난감했다. 퍼뜩 생각나는게 풀, 약초라고 끓여먹인물....
의사 선생님께 그랬다, 선생님, 제가 풀을 좀 끓여 먹였는데 그게 원인이 아닐까요?
그럼 일주일 뒤에 다시 오십시오 하면서 처방을 내어 주었다.
일주일뒤, 영감의 간 수치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의사 선생님왈, 절대로 그런거 잡숫지 마이소, 큰일 납니다.
풀을 다 버렸다. 아픈 무릎으로 아픈허리로 뜯고 다듬고 건조기로 말린 그 많은 풀들을 다 버렸다.
근데, 봄이오고 들에 파릇파릇 새싹이 나기 시작하니 또 욕심이 생긴다. 지난봄 묵나물 만든게 아직도 그대로 있는데....
여자들이 나물을 잘 먹는데 나혼자 먹을 맘이 생기지 않는다
오십줄에 들어서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것 같다. 뭣 하나 이쁘지 않은것이 없었다.
하느님의 창조의 오묘함을 생각하며 수없이 감사를 드렸다. 내어 주심에 감사하고 볼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 늙은 내가 얼마나 더 볼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 작은 바람꽃 하나도 애틋하고 코딱지풀 하나도 이쁘기가 그지 없었다, 주변에 흔히 볼수 있는 갈퀴나물,토끼풀,꽃다지가 효능이 그리 좋다는것도 처음 알았고 꽃마리, 망초,광대나물이
데쳐서 소금, 파, 참기름,깨소금만 넣어도 그렇게 맛이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토끼풀조차 샐러드를 해먹고 꽃은 튀김을 해 먹는다는데 영감이 질색을 할것 같다.
올해는 다 포기해야 할것 같다. 허리, 무릎, 발바닥, 이 몸의 기둥이 전부 아프니 그저 손자나 한번씩 봐주고 건강을 생각해서 산책이나 한번씩 하고.....무리는 절대금지다.
작은 손자는 지애비를 닮았는가 조그만 얼굴이 얼마나 귀여운지... 눈에 아른거려 가는 날이 기다려 진다.
울어도 이쁘고 웃어도 이쁘고 먹는 모습도 이쁘고...... 내 아들도 정말 귀엽고 이뻤는데...
그래도 손자보다는 내 아들이 더 이쁘다. 혼자 집에 올때는 볼에 뽀뽀를 해도 뿌리치지 않는 내 아들이 손자보다 더 이쁘다. 다른 할매들이 손자가 더 이쁘다 해도 나는 내 아들이 백번 더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