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작은 손자놈을 봐주러 갔다. 문을 여니 큰 며느리가 반갑게 맞아준다
작은놈은 엎드려 양팔을 옆으로 벌려 비행기처럼 해가지고 바로 앞의 장난감을 보며 알아들을수 없는 소리를 내며
지 딴에는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던 참이었다. 내가 안녕! 하니 이렇게 보더니 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이 할매만 왔다 하면 조금 있다가 지 에미가 없어진다는걸 기억 하는것 같다. 그래, 울어라, 할미가 오면 엄마가 없어진다고 기억하는게 얼마나 신통 한지, 머리는 좋은것 같다. 에미,애비가 다 머리가 좋으니 그놈도 분명 머리가 좋을 것이다
이제 여섯달 된놈이........
딸이 없이 아들만 둘 낳았으니 시쳇말로 목메달이라 하두만 참, 사는 재미도 없다.
작은놈에게 전화를 걸어 반찬거리 가져가라 하니 필요 없단다. 속 마음은 모르겠는데 아마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속 깊은 그놈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지 않으니, 그래서 내가 작은놈에게 그랬다."아이구, 엄마는 손자에게도 재롱을 떨어야 되고 아들놈에게도 재롱을 떨어야 되고......" 아들놈, "엄마 팔자가 그런데 우야겠노?" 그러면서 그럼 단술이나 좀
해 달란다.나처럼 살찐 그놈 때문에 나도 먹고싶은 단술을 담지 않고 있었는데..... 우야겠노, 담아야지. 그놈이 단술 담으라고 전기밥솥35인용을 사 보냈적이 있다. 단술을 담으려니 솥이 작아 많이 옷담겠다 했더니 어느날 집으로 택배가 오는데 이 큰 솥을 사 보낸 것이다
어제밤 쌀을 깨끗이 씻어놓고 아침에 일어나는대로 엿질금을 물에 불리고 솥에다 밥을 했다.
질금물을 손으로 야무지게 주물러 내리고 밥솥에다 붓고 설탕도 조금 넣고 이젠 시간아 가거라 하고 있다.
아픈 허리로 낑낑대며 큰 솥을 선반에서 내리고 단술을 담았는데 그것도 일이라고 허리가 아파서 애를 먹는다.
그래도 내 새끼 준다고 힘든줄도 모르고 마음은 벌써 새끼가 좋아서 웃는 얼굴만 생각한다.
영감이 벌써부터 몸 여기 저기가 아프다는 말을 들었는데 병원 가보자 하고 잊어버리고 또 아프다 하면 가보자 하고 잊어버리고...... 영감도 몸이 아프다 말다 하는것 같은데 어느 병원엘 가야 될지 알수가 없었다.
퍼뜩 생각나는게 종합검진이다. 정부에서 해주는 종합검진 말고 종합병원엔 종합진단받는 프로그램이 있다.
뇌혈관 까지 볼려니 백만원이 넘는다. 영감한테 예약할까 물으니 사월에 하잔다. 참, 기다릴 필요가 있겠나 했더니
그래도 따듯한 봄에 하잔다, 봄은 벌써 와 있는데....... 그러고는 한참 있더니 둘이 같이 하잔다.
말이라도 안했으면 섭섭했을까? 그래서 말은 고맙지만 나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이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견디다가 떠나겠다 했더니 화를 오지게도 내었다. 혼자 그 비싼 건강검진 받기도 미안하지만 영감도 내가 먼저가면
살기가 어디 보통 일이겠나? 영감이 불쌍해서도 내가 오래 살아야 되는데......
나는 자식놈에게는 엄마고 영감 한테는 엄마이기도 하고 마누라 이기도 하고 동생이기도 하고 또 엄마노릇도 잘 해야 해서 어디든 따라 다녀야 하고.... 나는 병원 수술 할때도 용감하게 혼자 갔는데 영감은 그깟 피부과를 가도 내가 동행해야된다. 행여나 의사말을 잘 못알아들을까 걱정도 되고 또 내가 알아야 될것 같은 오지랖아닌 별난 영감하고 잘 살아내야
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영감도 내가 같이 가면 좋아라 하니 따라가는 것이다.
이젠 사는데는 더 미련이 없어진 내가 제발 영감보다 한주일만 더 살면 좋겠다.
영감 보내놓고 이제는 더이상 내 손길이 없어도 잘 살 자식놈들에게 미련을 두지말고 그냥 훨훨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좋은날 내가 와 이런 생각을 하노? 아이고, 하느님아부지요,예수님요, 울엄마 성모님요, 저 좀 이쁘게 봐주시이소, 고맙심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