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가 없다.
어제오전부터 인터넷이 안되더니 티비까지 깜깜해졌다.
두 늙은이가 이리 만지고 저리 만져도 안되니 영감은 화가 났고 나는 소비자 센터로 신고를 하니
내일아침 아홉시에 온다고 한다.
앞집 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집에 와서 또 티비를 트니 아직이었다.
영감이 짜증을 내면서 오만소리를 다했다. 내일 아침에 와서 봐 준다하니 기다리면 되는데 왜그러느냐고 했던것 같은데
갑자기 티비를 부셔버리겠다고 소릴 질렀다. 기가 차서 멍하니 보고 있으니 셋톱박스를 들고 선을 뽑는다고 하더니 잘 안 뽑아지니까 리모콘을 있는대로 던진다. 어디 여자가 말이 많노? 한마디로 자기 편이 되어주지 않는단 말이다.
같이 싸우고 싶지만 이웃에 창피해서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 버렸다.
무식하면 성질이나 좋던가, 내 친구도, 내 며느리도 저 영감하고는 일주일을 못산다 한다.
처녀때 다니던 직장을 놓지 않았더라면 일년, 아니 한달도 같이 살지 않았을것이다.
애들 때문에, 그리고 경제력이 없는 마당에 혼자 나가서 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친정 엄마도 나를 꾸중하면 또 그런가 하고 살기를 하다보니 나이 칠십이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성질을 죽이지 못하는 저 영감을......
어디가서 한달만 혼자 살아보면 좋겠다.
저 영감이 없는곳, 스트레스가 없는곳.........
근데 아무데도 갈데가 없다
아이고 하느님요, 아직도 제 숙제가 끝이 나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만 당신곁으로 데려 가 주시는 은총좀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제 십자가가 너무 무거워 이젠 정말 지쳤습니다.
간청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