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 한컵과 어제먹던 감자 두개로 아침을 때웠다.
아직도 자고 있는 영감, 아침은 이렇게 편안하게 먹는다.
작은놈이 전화가 온다. 엄마, 보험하나 넣자 하두만 결국은 지 장모한테 부탁한 모양이다.
이 에미는 지가 책임 지겠다 하더니 어려운 가운데 그래도 보험이라도 하나 넣어줄 요량인데 미안타......
엄마가 건강해야 된다며..... 그래 이 새끼들 때문에라도 나는 건강해야 된다.
영감먼저 보내고 딱 일주일만 더 살다가 가는게 내 소원이 되었다. 성질 고약한 영감을 어느 자식이 좋다고 모실까?
지난번엔 내 허리가 너무 아프니 수술 하자고 했다 영감이, 내가 물었다. 그럼, 당신이 내 대소변 받아줄래?
"거기 요양 보호사 있잖아?" 한마디로 못해준다 말이다 "그래서 내가 수술은 생각도 안한다"
옆집 할배는 근 이십여년을 부인수발을 하고 있는데, 무슨병인지 일어나지도 못하고 밥도 먹여주면 잘 못먹어서 한때를 먹일려면 한시간이 걸린다 한다. 추운겨울 새벽 일곱시가 되기전에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마나님 저녁까지 챙겨 먹이시고 오신다. 부처가 따로 없고 천사가 따로 없다. 나는 그래도 영감이 혹시나 그런일이 생기면 내가 수발을 들리라 각오하고 있다. 지금은 영감보다 고양이가 문제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도 똥을 싸는 일이 잦은데 치매인지, 꼬장인지 모르겠다. 겨우내 같이 자다가 내가 혼자 방으로 피신해와서 화가나서 그런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다시 보면 그것도 아니다. 내가 꾸중을 해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그놈을 보면 지 잘못을 모르는것 같기도 하다.
우리보다 먼저 죽어야 양지바른 곳에 묻어라도 주지, 세월이 지나 이젠 그놈나이가 16 인지 17인지 헷갈리는데......
먼저 가거라 하기가 미안하긴 하지만 먼저 가 주어야 할텐데 걱정이다
오늘은 손자놈 보러 가는날, 거기가면 생기가 생기고 행복해진다.
애기웃음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요즈음에사 느낀다. 아무 걱정 없었던 때가 언제였더라?
큰 놈이 내 뱃속에서 태동을 했을때,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양장점에서 처음 옷을 맞추었을때, 하이힐을 처음 사서 신겨주시고 엄마가 뒤에서 보시며 걸어보라 하셨을때,큰놈 장가 보낼때, 작은놈 장가 보낼때, 큰 며느리와 수다 떨때도 행복했다.재작년 인조감을 사서 처음으로 옷을 만들고 만들어서 나누어 주고 했을때 참 행복했었다. 근데 바느질이 어떤거란걸
이해한 지금은 바느질 감을 들수가 없다. 제대로된 바느질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요즘은 약간의 무기력증 증세가 생긴것 같아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영감은 반찬투정, 밤참투정...... 아침에 늦게 일어나 아점을 먹고 저녁을 먹고 밤 11시 경이 되면 또 뭘 먹어야 되니
준비를 해 놓지 않으면 또 화를 내니 뭐라도 준비를 해 놔야 된다. 그냥 자면 될것 같은데 수면제를 먹고는 그 잠을 기어이 이겨내고 새벽 서너시 까지 티비를 보고 자는데.... 아무리 얘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라......... 나는 보살 되긴 글렀나 보다
모든게 심드렁하고 살기가 싫은 나날이 계속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