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랑하는 단장님, 오늘 레지오를 가려 했는데 우리집에 계시는 예수님께서 오늘은 성당 가지 말고 아기예수님을 모셔라 하니 집안의 평화를 위하여 부득이 레지오 참석을 궐하겠나이다.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단원 여러분도 좋은날 되시옵소서. 송구 합니다. 이만총총......
손자를 돌봐주러 가야 되는데 레지오날과 겹치니 영감은 성당가면 안된다고 한다.
사실 성당에서는 들어가기 전에 체온측정, 성전내에서도 마스크착용, 거리두기로 안전하다면 안전한 곳이다.
그래도 영감이 우기니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결석을 하고 말았다.
요즈음은 레지오도 무조건 출석으로 인정해 준다. 활동보고만 있으면.....
큰 아들놈도 큰 손자를 이번 주일은 유치원을 쉬라고 했다 한다.
며느리에게 "내가 보기엔 지가 더 걱정이구만!" 했더니 며느리도 "그렇지요, 어머니?" 한다.
며느리도 나처럼 그냥 남편말이 좀 아니다 싶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자기 생각을 접고 만다.
아들놈 장가 보내기전에 혼자 한 말이 '아이고, 내같은 등신이 들어와야 저놈하고 살낀데.....' 하고 걱정을 많이도 했다.
다행히도 나같은 등신이 또 있었다. 아들놈 친구들 사이엔 큰 며느리를 보살님이라고 한다 한다. 참 다행이다.
기분 안좋은일이 있으면 딸이 없는 나는 며느리에게 수다를 떤다. 며느리는 그 얘기를 다 들어주면서 "어머니, 좋게 생각 하세요..." 한다. 참 생각이 깊고 어진 며느리다. 아이들을 가르치는걸 봐도 은근한 끈기로 또 현명하게 가르치는걸 보며 손자들에게 말한다. 좋은엄마 만나서 좋겠다 라고....
엄마란 존재는 다 그런것 같다. 나 역시 우리엄마 아니었으면 제대로 크지 못했을것 같다.
아버지는 허구헌날 술을 자시고 엄마를 힘들게 하셨는데 참 희안한건 그렇게 술을 자시고도 새벽 다섯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셨다. 새벽 한시에 주무시든, 두시에 주무시든,저녁에 좀 일찍 주무시든 일어나는 시간은 한결 같았다.
그러시면서도 어떤 얘기에 나오는 서당훈장님 처럼 ' 나는 바담풍해도 너들은 바담풍해라는 식으로 예절을 가르치시고
또 가족들을 위하여 일하셨다. 그러나 엄마는 그 아버지의 주정을 다 받아들이시고 자식들이 기 죽을세라 큰 아들인
오빠에게는 친구들 하고 술먹으라고 용돈을 챙겨 주시고 오빠 친구들이 혹시라도 놀러오면 닭을 잡아서 먹여 보내셨다.
오빠는 그렇게 엄마를 추억하고 나는 나대로 엄마가 화장품을 사주시며 화장하는법을 가르쳐 주셨고 옷을 사든 구두를 사든 엄마가 사 주시는 것이면 곧 그게 그해의 첨단 유행이 되곤 했다.
뾰족구두를 사 신기고는 나를 앞세우고 걸어봐라 하시며 걷는 매무새를 봐 주시곤 하셨다.
생각해보면 나는 내 자식들에게 잘 해준게 하나도 없는것 같다. 우리 엄마의 반의 반이라도 해줬더라면 내가 좀 덜
미안할것 같은데,,,,,
비가 또 시작이다. 이 빗속에 또 손자놈을 보러 가야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