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이 왔다. 검은 비닐 봉지가 제법크다.
지 아버지 국거리 한우와 제비초리와 대패살을 사 가지고 왔다. ' 뭐를 이리 많이 사오노? 이 비싼걸...."
" 아부지가 비싼 약도 사 주셨는데 가지러 올라하니 미안해서...허 허 허 " 하고 웃는다.
큰 놈은 지 아버지를 얼마나 챙기는지 내가 섭섭할 정도다. 반면에 작은놈은 또 나를 얼마나 챙기는지
영감은 섭섭해 한다. " 그래, 돈도 없는 아부지가 챙겨주는 약이니 야무지게 챙겨먹고 꼭 좋아져라 "
아들도 고맙게 가져갔다. 저녁엔 둘이서 제비추리를 구워먹었다. 맛있다. 어느 아들놈이 이렇게 비싼 고기를
지 부모에게 챙겨 주겠노? 저도 살기 힘든데...... 앞집아저씨가 부쳐준 배추지짐 두장과 함께 저녁을 때웠다.
오늘은 아들놈이 사준 고기로 소고기국을 끓여 계속 먹게 할 것이다.
계란도 사 놓고 삼분카레도 사놓고 그 뭐냐, 곰탕도 아닌 갈비도 아닌, 머리속에서 맴돌며 나오지 않는 단어,
이제 생각이 난다 도가니탕, 도가니 탕도 사놓고 당분간은 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어제는 사촌, 나보다 몇달 언니인 사촌에게 갈비탕, 도가니탕,토종닭을 사 보냈다.
10살때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동생과 둘이서 작은 아버지인 우리 집으로 데려온 사촌이다.
5살때 엄마죽고 10살에 아버지가 가시니 얼마나 막막 했을까?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국민학교도 들어가지 못하고
나이는 들고.... 엄마는 사촌 둘이를 데려오시며 자식둘 더 생겼다고 생각하자 하셨다 한다.
한 형제처럼 지내다 결혼 하면서 서로 연락도 못하고 지냈는데 큰 아들 결혼식때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 했는데 축의금을 십만원이나 보냈다. 힘든 삶에 얼마나 큰 돈일까 싶어 내내 가슴에 끼고 살며 언제 만나 밥같이 먹자 했는데 도대체
시간이 서로 맞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번쩍 생각이 나서 그렇게 보냈더니 고맙다고 전화가 온다.
나는 또 많이 보내지 옷해서 미안했다. 다음에 또 보내야겠다.
이렇게 서로 정을 나누고 살 수도 있는데.......
나도 돈이 많아서 형제들에게 이웃들에게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좀 해 줄수 있으면 좋겠다.
예전 정말 어려울때 몇년을 과일하나 못사먹고 산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내가 넉넉해지면 없는 사람을 도울때는 꼭 돈으로 돕겠다 생각했다. 그당시는 밥먹는게 제일 큰 일이라 생각하니 쌀로만 도와주던 때였다.
누구 한사람 쌀 한되,라면 하나 사 준 사람이 없었는데 그러면서 생각했던게 밥으로만 살수는 없단 것이었다.
과일이 얼마나 먹고 싶던지...... 맨날 눈으로 쳐다만 보며 우리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즈음은 복지사회가 되어가며 푸드마켓도 생겨서 공짜로 식재료를 얻어갈수도 있다 하고 나는 문화카드를 받아서
사 보고 싶은 책을 사보고 손자에게도 일부러 서점에 데려가서 여러가지를 보여주고 사주곤 한다. 지금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야 된다 싶어서..... 그리고 서점에서 잠깐 앉아 보고 싶은걸 보고 올수도 있다는걸 알려 주고 싶었는데 언젠가 부터 서점의 간이 의자들이 없어져 버려 속이 상했다. 이번에 문화카드가 충전이 되면 기도하는 성모님을 도안으로 해서 십자수를 놓고 싶다. 한번도 안해본 십자수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내심을 갖고 해 볼 요량인데.......
도전 해 보고 싶다. 아니, 도전 할 것이다. 작은 언니가 수 놓은 그 성모님이 몇년이 지나도 내 눈에 아른거리니 올 해의
목표는 그걸로 정하고 도전해 볼 것이다.
이나이에 도전할 것이 생기고 또 하고자 하니 행복하다
고맙심더, 하느님울아부지, 예수님, 울엄마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