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마지막날이다
벚곷이 만발했다. 개나리, 조팝꽃까지 피었다. 4 월에 피던 꽃들이 몇년전인가 부터 3월에 다 피고 있다.
오늘로 손자 봐주는 일이 끝이 났다. 손자놈은 오늘은 빠이빠이란 말을 했다.
말하는게 좀 달라진걸 보니 곧 말을 잘 하게 될것 같다. 며느리는 빵을 주문해 보냈다고 카톡이 왔다.
지 딴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표현을 한 것이리라. 나도 고마웠다. 덕택에 고 귀여운놈의 뽀뽀도 받고
할~~~~ 하고 나를 부르는 그 귀엽고 예쁜 소리도 들을수 있었고.....
어제는 영감이 계란 말이를 해 달라했다. 그래서 계란을 풀고 새우젖으로 간을 맞추고 파를 송송 썰어넣고
후라이판에 펴서 뒤지게로 말았다. 동그랗게 말려 있는 계란을 보면서 영감이 하는말, 이거 아무따나 푹 부어갖고
한거 아이가? 순간 기가 찼다. 보소, 계란형태를 보소, 말려 있지 않은교?
허리가 아파서 밥도 겨우하고 서서 반찬하는것도 힘들고 설겆이도 의자를 당겨 앉아 하는데 이런 할망구가
반찬 해 주는것만도 고맙다고 해야 될건데.... 이영감이 원래 반찬투정이 많았지만 이젠 잔소리까지 많아져서 내 화를 돋군다. 기가 차서 입을 다물었더니 이젠 내 눈치를 본다. 밉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될지 그저 죽고 싶었다.
내방에 들어가 A4용지에다가 그림을 그렸다. 영감 얼굴을 그리고 입을 옆으로 길게 얇게 그리고 빨강과 보라로 칠하고
얼굴에는 점을 잔뜩 찍어서 내가 그린 그림을 노려 보았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림을 찢었다. 좍좍 힘을 주어 잘게 찢었다. 그래도 후련하지 않았다. 손자놈을 보는 순간 다 잊어버렸다.
내일 부터는 좀 부지런하자. 성당도 가고.......
아, 이렇게 짧은 봄날이 지나고 벚나무잎이 나기 시작하면 젊은이들은 짧은 소매옷을 입고 나다닐거고.....
세월은 너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