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화창하다. 손자놈 보는 일이 끝나서 오늘 드디어 성당엘 갔다.
성당에도 벚꽃이 구름처럼 피었다. 비파나무도 새하얀 털을 달고 새싹들을 올리고 있는것이
꼭 꽃이 아니더라도 아름답기가 그지 없다.
오랫만에 레지오를 같이 하던 형님도 만나고 보좌신부님도 새 신부님이고 수녀님도 새 수녀님이고
한 일년을 못갔더니 좀 서먹한것도 같다. 그러나 연세 많은 할매들이 앞자리에 여전히 앉아 계시는걸
보니 든든한 마음도 든다. 신부님이 미사후 고해성사를 주시겠다고 하셨지만 그냥 와버렸다.
전염병때문에 손자놈 본다고 성당 못간건 난 죄라고 생각지 않는다. 영감하고 한번씩 토닥거렸지만
그 또한 성사 거리는 아니다. 그래도 부활이 오기전에 의무적으로 성사는 봐야 한다.
이제부터는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성모님께 내 아픈 허리를 낮게 해 달라고 떼를 써볼 요량이다
고양이란놈, 이젠 내 기억이 시원찮아 17세인지 18세인지 헷갈리는데, 이젠 가끔 정신을 놓는지 밤에 이불위에
똥을 싸놓곤 한다. 그전엔 내가 꾸중을 하면 미안해 하기도 했는데 이즈음은 아무 생각이 없는것 같다.
할배요, 내 먼저 가야 됩니데이, 내 죽고 나면 할배 거두어줄 사람 아무도 없어요..... 고양이에게 하는 말이다.
이젠 시간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손자놈한테야 보고 싶으면 가면 되겠지만 그래도 시에미라고 며느리를
불편하겐 하고 싶지 않다.
살은 빼야 되는데 며느리가 또 빵을 사 보냈으니 이 먹고제비가 안먹곤 안된다.
오늘도 흰 천이 있어 바지를 만드는데 내거하나, 영감거 하나, 매번 만들면서 내가 놀라는게 내가 옷을 이렇게 크게
입나 하고 그 사이즈에 놀란다. 홀몬 문제도 있고 입맛도 있고 또 나는 뚱뚱한 내가 싫지는 않으니 살을 못 빼는것
같다. 빼짝말라 신경질 적으로 보이는 것 보담은 더 나은것 같기도 하다.
그제는 국민학교 동창이 전화가 왔는데 평소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이긴 한데..... 또 하는 짓이 잘못하는게 없이
아주 냉정하게 생각하는 아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 얘기를 하다보니 서로 생각이 다른데 인정을 못하고
가만 있어봐라 라는 말로 내가 말 할 틈을 주지 않고 속사포를 쏘아대는데 질려 버렸다. 그 친구가 듣지 않게 마음속으로 오이야, 니 똑똑다, 하곤 전화를 끊었는데 이 친구를 다시 보게 되었다. 국민학교 때부터 수학은 이 친구를 따라갈수가 없었다. 그 수학적인 머리로 우리 모임의 총무일은 훌륭하게 해 내었지만 인간적으론 다시 생각해 봐야 겠다.
그래, 정치얘기만 안하면 된다.
이 좋은 날씨에 꽃이 너무 한꺼번에 피는것 같다. 내일은 오늘 만든 흰 바지를 깨끗하게 삶아야 되겠다.
뽀얗게 삶아서 마무리 지어서 입어야 겠다. 아이고 이 가슴과 궁뎅이를 우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