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후 또 난시가 찾아왔다.
안경을 다시 맞추고 오늘 찾아왔는데 안경테 이쁜게 또 눈에 끌린다. 안경은 요즈음 악세사리로 자리잡고 있어
눈이 안 나빠도 렌즈를 넣지 않고도 많이 끼고 다닌다. 예전엔 아침일찍 안경쓴 사람을 보면 재수없다 했는데
요즈음은 안경쓴 사람이 더 많은것 같다. 회색빛테가 색갈이 그윽해서 마음을 끄는데 영감이 또 낭비한다 할까봐
가격만 물어보고 온다. 하긴 빨리 죽고 싶다는 사람이 무슨 안경테에 욕심을 내는지....
여성복 파는 시장에 가면 자꾸 옷을 권하는데 내가 나는 옷이 많아요, 그러면 상인들은 여자들은 옷이 없어서 사는게
아니라 사고 싶어 산다고 한다. 나처럼 지겹다 않고 같은 옷을 입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난 옷에 싫증을 잘 내지 않는데
이십년 정도는 입는다. 떨어지지 않으면 두고 입는 편이다. 근데 안경테는 욕심이 좀 난다.
안경집 여사장님과 뭣때문에 영감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얘기를 근 한시간이나 하고 왔다.
늙으니 부끄럼도 없어졌는지 아무데서나 철석거리는 내가 좀 웃긴다.
같은 교우다 보니 성당얘기부터 시작해서 마음 편하게 기분좋게 놀고 왔다.
성당에 가서 고해성사를 봤다. 신부님은 이 늙은할매의 고해를 듣기가 진부 했는지 신경질적으로 보속을 주고 고해소의 문을 확 닫아 버렸다. 할매들 죄야 별거 있나? 신부님도 지겨울것이다. 그래도 부활전 고해성사는 의무로 봐야된다.
성당마당엔 벚꽃 꽃잎으로 뒤덮혀 있고 거리에는 꽃비가 내리고 있다. 벚꽃은 정말 아름답지만 너무 빨리 져서 속상타.
그러나 바람에 날리는 벚꽃은 꽃비가 되어 일년에 한번밖에 볼수 없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취하게 한다.
혼자서 티비를 보다가 컴을 하다가 하는데 영감이 시키지도 않은 커피를 타 온다. 이럴때는 참 고맙다.
립써비스 전문인 영감이 이젠 커피써비스도 자주 한다. 여형제가 없는 영감이 한번은 오빠야라 해보라 해서 커피가
생각날때 오빠야! 라고 부르면 영감이 커피를 타 가지고 오기도 한다.
난 부부간에는 자존심은 필요없다는 생각이어서 오빠소리 듣고 싶으면 불러주지 하고는 한번씩 오빠야라고 불러준다.
다 늙은 영감도 오빠란 호칭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나 보다.
아파트 화단엔 노란 튜립이 활짝피어 있고 조그마한 나대지들에는 냉이꽃, 광대나물꽃, 꽃마리꽃, 민들레꽃, 갈퀴나물꽃까지도 벌써 피어 있다. 야외에 나가면 봄이 무르익어 있을것인데 이도시엔 자그마한 공원, 빈터로 봄을 본다.
여름옷을 내어 놓아야 하나 좀 더 있어야 하나, 낮에는 벌써 더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