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놈이 다쳤다고 전화가 왔다. 괞찮다 하지만 가까이 사는데 그래도 할매가 가 봐야 되겠다 싶어
아이들 좋아하는 어묵을 사가지고 갔다. 손자놈은 인제 괞찮아요, 한다.
한쪽 볼엔 테이프가 발려있고 눈가가 발갛고 눈섭위 이마는 퍼렇게 멍이 들어있다.
그제 일요일 을숙도에 갔는데 지 에비하고 그네타다 앞으로 넘어졌다 한다. 아들놈이 지 아들에게
미안해 하며 마음이 안 좋다 한다 했단다. 그만하길 다행이다. 속으로 내 기도가 좀 덜 했나 싶어
미안하기도 했다. 허긴 자식 키우면서 그 정도는 약과다.
예전 우리 아이들 한 일곱여덟 되었을까 하루는 퇴근해서 오니까 서울할매가 작은놈이 물을 자꾸먹고
올리고 한다고 하셨다. 침대에 누운 아들놈은 누웠는데 침대가 흥건히 젖어 있었다.
영감이 아이를 안고 쫓아가는데 아들놈 팔이 축 쳐져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주차장에가서 차에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아들놈이 말했다. " 엄마, 사실은 아까 놀다가 목이 말라 수위실에 박카스가 있길래 먹었는데 그게 이상했어 "
수위 아저씨께 쫓아갔다. 아저씨 말씀이 " 안그래도 박카스병에 바퀴벌레 약을 넣어 놓았는데 약이 없어져 이상하다 했어요 " 비상등을 켜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는 커튼을 치고 엄마는 들어오지 마라 했다.
그날밤을 응급실에서 지내고 다음날 퇴원했다. 두 아들놈은 아파트에서 인사 잘하기로 소문났고 수위 아저씨들도 참
참 예뻐 했는데 아들놈은 뛰어놀다가 아저씨걸 급한 마음에 마셨던가 보았다.
아저씨는 아파트에서 쓰고 남은 약을 자신의 집에서 쓸려고 병에 덜어 놓았는데 그걸 생각없이 책상위에 두었는데
아들놈은 목이 마르니 아무 생각없이 마셨던 것이다. 실전에 강한 나는 그 순간에도 침착했고 아들이 잘못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두 아들놈들은 엄마말을 잘 알아들어서 병원 입원을 했을때도 다른아이들은 울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침착하게 치료를 잘 받았다. 일단은 말 귀를 잘 알아들으니 내가 수월했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이 엄마가 돈번다고 낮에 집에 없어도 잘 자라 주었다.
그러나 작은 놈은 애어른으로 자라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생각이 많은 아이고, 또 어릴적 잠시 사촌 언니께 맡겨 키운게 크게 잘못 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사 알았다. 나에겐 항상 아픈 손가락이다. 그래서 난 그 애를 감싸고 큰놈은
엄마가 작은놈만 사랑한다고 투덜대곤 했다. 그러다 보니 큰놈, 작은놈, 둘다 엄마사랑이 고팠을 것이다.
그래서 며느리들이 없을때는 이 사십넘은 아들놈들에게 나는 뽀뽀를 해 주곤 한다
잘 자라주어서, 좋은 며느리를 데리고 와주어서 고맙다.
고맙습니다,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