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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계절

지나19 2022. 4. 19. 18:46

앞뜰의 겹벚꽃이 활짝 피었다.  아파트 총무라는 사람이 주민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큰 나무들을 잘라내더니  그 이쁘던 나무가 윗동이가 다 없어지고 아래에 조금 꽃이 피었다.

아쉬워 오늘은 시민공원 북카페에 꽃을 보러가자 하고 스틱을 집고 나섰다.

며칠전 전화가 왔던 데레사와 약속을  하고 벚나무 아래 탁자에 앉았다. 바람도 싱그럽고 꽃도 활짝 피어서 이 좋은 계절에 누군가를 만나려고 이 아름다운곳에 앉아 있다는게  너무 행복했다.

 

데레사가 부전시장을 가자고 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지난번 칼치와 조기를 너무 잘 먹어서  또 갔다.

시장엔 봄나물이 지천이었다. 봄은 이미 무르익어 있었다.데레사는 명이나물을 4키로나 샀다. 솜씨좋은 그녀는  장아찌를 만들어 온식구가 잘 먹을 것이다.  딸 둘을 옆에 놓고 사는 그녀는  큰사위는 의사, 큰 딸은 선생님.   작은 사위는 뭘 하는지 모르겠고 작은 딸도 뭘 하는진 모르겠다. 그래도 딸들과 여행도 자주 다니고 재미있게 사는것 같다.

딸도 없고 형제간의 왕래도 끊어진 나는 그저 집에서 밥만 먹고 잠만 자고....영감도 잠만 자고......

 

사는게 뭔지,  그래도 시장을 봐오면서 영감한테 버스정류장으로 나오라 하면 아무말없이 나와주는게  좋고

풀치를 사온다는 영감 때문에 이젠  크고 좋은 칼치를 사먹고, 지팡이를 짚지만 그래도 바깥바람을 쐴수 있으니 그것도 

다행은 다행이다.  그런데 부전시장을 보는 중간부터 기력이 달려 온 몸이 떨려와 물건을 손으로 들기도 힘들어졌다.

데레사가 물건을 두고 다른걸 사러간 사이  가지고 있던 물을 몇모금 먹고 나니 좀 살것 같았다.

이렇게 뚱뚱한 몸이 그렇게 떨려 올때면 내가 생각해도 내가 기가 찬다.  

 

칼치와 조기는 소금에 좀 절여지게 두고  돼지고기 수육을 먹었다. 나는 이걸로 저녁이다. 영감은 이따 칼치 한토막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참, 죄가 많아 여자지....  저녁먹으면서 내일아침 걱정을 하고 아침을 먹으면서 저녁 걱정을 한다.

둘이서 먹으니 많은 반찬도 필요 없는데 영감의 반찬투정 때문에 그리 걱정 하는 것이다.

지금은  날 걱정해서 많이 좋아 져서 다행이지 젊을땐  상을 차려 놓으면  쳐다만 보고 안먹는 영감 때문에 마음고생  참  많이도 했다. 그럭저럭  살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다행이가 싶다

 

피곤하다, 생선을 다듬어야  샤워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