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만나자고 전화가 왔다.
자궁암으로 고생하는 친구인데 아들과 둘이서 살고 있다. 또 뭐 할말이 있나 싶어서 만났다.
그 친구를 만난것은 성당 앞에서 였는데 나이를 보니 동갑이었다. 우리 친구하자 하는 친구의 말에 그라자 하고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시장오는길에 자기 직장에 들러 차 한잔 먹고 가라 하는 바람에 시장옆에 있는 친구의 직장에 갔더니 빌딩지하의 조그마한 방에서 차를 나눠 먹는데 이 친구가 알고보니 그 빌딩에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 더운 여름에 청소를 하면서 바지 가랭이를 걷어입고 땀을 흘리는 모습이 참 안되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입으려고 만든 인조바지를 주었더니 시원하게 잘 입는다고 고맙다고 하던 친구였다.
친구는 이 동네 토박이라며 성당에 다닌지도 오래 되었는데 남편과는 이혼한 상태였다.
친구 말로는 남편이 자기를 버렸다고 하는 것이었다. 항상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라고 하며 웃는데, 인물이야 좀 없지만 생활력 하나는 본 받을만한 친구였다. 어쨋든 아들하나, 딸 하나, 둘이를 잘 키웠는데 문제는 아들이었다.
아들한테 사고가 연달아 나는데 아들몸이 남아나지 않을 지경이라, 몇달전에도 성당을 그만두고 절로 갈거라고 하더니 마음을 바꾸고 있었는데 이번엔 가만 있는 아들을 치고 가서 지금 몇달째 병원에 있는데 아들놈이 엄마한테 사정을 하더란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지 굿을 해 달라 하더란다. 돈은 차를 팔아 마련하고 아들놈은 원 룸으로 보내고...
친구가 받아야 될 신을 안받고 성당을 가니 그 아들을 친다고 하더란다. 엄마는 성당을 가지 말고 아들은 절에 부지런히 다녀라는 무당의 공수가 있었다고 한다. 연달은 아들의 사고에 엄마 마음이 결국은 아들쪽으로 갈수 밖에 없다고 하면서 나보고 성물을 좀 처리 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편히 부탁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했다.
주일미사를 한시간 반이나 먼저 나서서 성물을 사무실에 부탁하고 미사를드렸다.
친구는 큰 일을 해줘서 고맙다며 맛있는걸 사 주겠다 한다.
하느님은 예수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나셨고 부처의 모습으로 나타나셨고 또 다른 모습으로도 나타나 사람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전하고 계실것이다. 나 또한 그렇게 하고 싶은데 아직은 내가 그 경지 까지는 가지를 못해서 이렇게
세상속에서 힘들게 살고 있으며 빨리 하느님 나라 가고 싶다고 하면 사람들이 기겁을 한다.
그 친구를 만나서 친구가 잘 아는 이불집에 가서 커피를 한잔 얻어먹었는데 그 집 이불이 만져보니 고양이 털이 붙지 않을것 같았다. 이불은 비쌌지만 카드로 할부구매를 했다. 배달을 맡기고 집에 왔더니 영감이 반갑게 맞는다.
참, 세상 일을 모른다. 때문에 항상 잘 살아야 한다. 이불을 배달온 사람이 알고보니 예전 한 직장에 있던 사람이라며
신기해 했다. 언제 만나 술이나 한잔 하자 하고 보냈다 하며 내 예상과 달리 이불샀다고 꾸중도 않았다.
집에 이불이 많은데 말라꼬 사노? 하고 짜증을 낼걸 예상 했는데 잘 넘어갔다.
친구가 만나면 항상 힘들게 사는 자기얘기를 해서 내가 좀 피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친구보다 내가 살기가 더 힘이 든다면 그렇다 할수 있는데, 하느님은 인간이 할수 있는 만큼만 주신다고 하셨는데 사람은 지발등의 불이 제일 뜨겁다고,
그 친구는 그 친구의 발등이 제일 뜨거웠을 것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
하느님께서도 내 마음을 잘 알고 계실것이다, 성물을 맡기는 내 마음을......
친정엄마가 항상 니가 조금 수고하면 다른 사람이 편하다 하시던걸 생각하며 내 딴에는 잘 산다고 사는데.....
아침마다 기도문을 쓰면서 ' 하느님요, 지가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심더, 오늘도 당신이 제 생각과 말과 행동을 주관해 주시이소.....' 잘 생각해 봐도 내맘대로 되는건 하나도 없다, 내 마음대로 되었다면 나는 저 영감도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부자가 되어서 코브라 처럼 대가리를 쳐들고 사람들을 아래로 쳐다보며 살았을것 같다.
하느님께서 내 돈을 다 거두어 가시고 나는 사람이 되어가기 시작했고 저 영감을 만나 살면서 좀 더 영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좀더 낮아지기 시작했고 많이 겸손해 지기도 했다.
한마디로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시작 했다 싶다. 갱희야, 계속 자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