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 병원갔다 왔는데 죽을뻔 했다한다.
전화를 걸었다. 톡으로 하기엔 사연이 많다. 영감은 물론 듣고 있을 것이다.
늙으면서 영감은 내 전화도 귀 기울여 듣고 잔소리를 한다. 우리집엔 내 사생활이 없다,
영감도 자기 생활은 없다고 봐야된다. 그러나 내가 전화 하는것 까지 잔소리를 해 대니
나는 전화오래 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상대방에서 얘기가 길어지면 통화후 영감과 싸움이
나더라도 길게 할 수밖에 없다. 그건 내 자존심이기도 하지만 영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어쨌든 친구는 요양원에 가 있을려고 갔는데 냄새도 거슬리고 깨끗하지도 않고 그바람에 낮에
먹은 떡 하나가 문제가 생긴것 같은데 토사곽란이 생겨 끝내는 119를 불러야 했다 한다.
그러면서 먹지도 못하겠다, 내 사는게 왜 이렇노? 부터 한탄을 해 대는데.....
한참 듣다보니 내가 왜 이런말을 듣고 있어야 되나 싶었다. 40년 친구들도 세명이나 암 수술을 받고 전이가 와 또 수술을 받고 해도 그러진 않았다. 물론 그 친구들은 남편이 있어서 그랬던지.....
이 친구는 일찌기 남편과 이혼하고 시장 바닥에서 장사하고 포장마차 까지 해 가며 두 아이들을 키워냈다고 한다.
성당에서 만나 둘이 동갑인걸 알았고 친구가 되었는데.....
나도 정신과 약을 또다시 먹고 있는데 아마도 죽을때 까지 먹어야 될 모양이다.
신경을 써도, 또 스트레스를 받아도, 조용히 기도 할때도, 가슴 정 중앙이 누가 망치로 치는듯 아프다. 그럴때면 괜히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아 내 나름대로 고생을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이 친구를 이대로 두면 내가 힘들겠다 싶어
아침에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친구가 알아듣게 내게 니 힘든거 궂이 얘기 하지 말아달라고, 나까지 아프다고 했더니
친구가 자기 생각만 했다며 미안하다고 답이 왔다.
내 얼굴이 평범하게 생겼는지 처음보는 사람이 어디서 많이 본것 같다는 사람이 많고
또 푸근해 보여 좋다고 보는 사람마다 가까이 하기를 원한다. 그럴때 나는 우리 멀리서 좋아합시다 하고 가까이 하기를 피했다. 이제 다 늙어 새사람을 사귀는 것도 피곤하고 사람으로 인하여 마음도 많이 다쳐본 나는 차라리 혼자인것이 좋다. 내가 제일 행복할때는 공원이나 산길을 걸을때 각종 식물을 관찰하고 다닐때 이다. 그것도 혼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길 보다는 덜 다니는 길을 호젓이 걷기를 좋아하고 내가 아는 식물을 만나면 기억해 놓고...
예전엔 예사로 보았던 풀떼기들이, 작은 꽃들이 그렇게 애틋하게 보이기 시작했을때가 오십대 초반부터였다.
아마도 자궁적출 수술과 함께 갱년기가 시작이 되었던듯.... 모든게 의미부여가 되기 시작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광대나물조차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허리가 아프기 시작해 식후에도 그대로 눕는 일이 잦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식도염도 생기고 살이 누가 내 몸에 바람을 불어넣는듯 뚱실뚱실 찌기 시작했고
온 몸이 돌아가며 아프기 시작했는데 의사는 부교감 신경과 교감신경이 발란스가 맞지않아 그렇다며 약을 한주먹을 지어주고 무슨 주사인동 주사도 병원 갈때마다 혈관주사를 두대씩 맞고, 내가 이게 아닌데.... 싶어서 의사에게 많이 좋아졌다고 하며 약도 줄이고 주사도 끊고 약을 최소한도로 줄였지만 예전 어르신들이 말씀하신대로 이 화병은 도무지 나을
기미가 없어 보인다. 내 마음이 이렇게 편한데도.....
우리집에선 물론 영감과 둘이지만 좋은건 니부터 하라고 한다 영감이....
그러면서도 이번에 녹용이 든 약을 8개월치나 내가 자기 의논없이 사 주었는데 같이 먹자는 말도 없이 혼자 먹는걸 보면
아이고 이 영감쟁이야...... 싶다. 그래, 오래 살아라. 대신에 내 새끼들 애나 멕이지 말아라
말로만 사랑한다 하믄 뭐하노? 그래도 영감이 잘못되면 나는 영감 똥까지 받아낼거라 마음먹고 있는데
저 영감은 절대로 그리 못한다네. 그래, 다 자기 하기 나름이다.
베풀면 베푸는 대로 대가를 받고 그리하지 않으면 그 댓가를 또 그대로 받으리라는 법륜스님의 말씀따라
나는 대가 없는 사랑을 베풀며 살아야지, 모든걸 그분께 맡기고....
고맙습니다, 하느님 아부지, 예수님,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