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더니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하고 처서를 앞두고는 바람도 서늘해 졌다.
이상기후라 해도 계절은 돌아간다.
지난번 장을 봐 오면서 무릎이 무리가 되었는지 벌써 이십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프다.
뜸을 뜨자 했는데 너무더워 밖에 나가는게 엄두가 나지 않아 미루고만 있다.
성당도 엄두가 나지 않아 컴퓨터로 미사를 드린다.
돼지고기 장졸임을 해서 두 아들집에 나누어 주었다. 작은 며느리 입맛이 애기들 입맛이라
고기를 좋아 한다 해서 만들어 주었더니 너무 좋아 한다. 자주 만들어 주어야 되겠는데.....
내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니 당연히 이뻐해야 겠지만 나한테도 정말 이쁘다.
무화과 나무를 수위아저씨가 싹둑싹둑 잘라 버리는 것을 보고 한번 싸울까 하다가 마침 미사를 보는 중이라
그래, 맘대로 해라 하고 놔 두었더니 무화과를 반 이상 잘라내 버렸다.
무화과가 조롱조롱 많이도 달렸는데 도대체 굵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유튜브에서 본대로 설탕과 미원을 물에
타서 무화과 뿌리에 부어 주었는데 그 다음날 가지가 쳐지고 많은 열매가 잘려져 나가고 남은 무화과가 드디어
풍선 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지난번 예닐곱개를 따 먹었는데 지금 또 봉긋 솟아나온 열매가 대 대여섯개가 보인다.
가지를 잘라준게 원인인지 미원을 준게 원인인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올해는 무화과를 먹을수 있었다는 것이다.
수위 아저씨께 내가 관리 하겠다고 했는데도 총무가 베어라 했는지 자르고 총무가 돌아보고 가는걸 봤다.
이 작고 낡은 아파트에 늙은이 밖에 없어 총무는 마음대로 수리하고 마음대로 도색하고 주민들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다.
다들 틈만 있으면 나무를 심으려고 하는데 있는 나무도 다 베어버리는 저 심보를 알수가 없다.
나는 총무에게 인사도 않는다. 아파트 총무일을 보면 세대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또 견적을 몇군데라도 받아보고
도색을 해도 해야 될건데 견적을 받아봤는지 어쩐지 아무것도 보고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운영위원장과 총무 두 사람이
알아서 한다는 것이다. 그 큰 리기다 소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쥐똥나무도 베고 겹벗나무를 미련없이 베어버리고
일본 향나무도 베어버리고 아파트 안의 큰 나무는 다 베어버렸다.
인간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라 나는 인사도 안한다.
어릴적에 어른들이 나중에는 물도 사먹겠다 하시더니 과연 물도 사먹는 시대가 되었다.
물이 왔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