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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가지고 살겠나?

지나19 2022. 8. 29. 10:03

"어머니, 저희들 시민공원 가는데 오실래요? "

다른 며느리들은 시어마이 보기를 끔직히 싫어 한다는데.....   고마운 마음에 밥도 안 먹고 나갔다.

급한 마음에 버스를 타고가니  그늘에  깔개를 깔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 아들놈이 보였다.

가보니 아들놈은 물론이고 두돌지난 작은 손자 까지도 휴대폰에 정신이 팔렸다.

아직은 휴대폰이 빠르다 생각하지만  잔소리는 금물이다.   애들도  서로 대화가 되어야 하니  안 줄수도 없다.

 

며칠전 부터 바람이 서늘 하더니  갈대가, 멋진 갈대가 드디어 피어 있었다. 외래종인것 같은데  숱이 많아  얼마나

아름다운지  몇년전엔 낙동강가에서 꺾어 머플러에 싸 온적이 있다.

여기선 꺾을 생각은 말아야 한다. 억새도 이쁘지만 이 숱많은 갈대는 정말 아름답다.

연꽃은 몇개 남지 않았는데 연밥이 잔뜩 달려 있었다. 저건 누가 다  따갈까?   아깝다  욕심이 난다.

손자놈은 잉어와 거북에 정신이 없다. 오랫만에 오니 잉어도 더 컷고  거북이가 괭장히 많아 졌다.

사람들이 먹이를 던져주니  한꺼번에 모여서 난리다. 발밑에 떨어진 물고기 사료는 참새, 까치들이 날아다니며 줒어 먹었다.나무딸기도  벌써 열매가 익어 하나씩 떨어지고 있고   어떤 은행나무는 벌써 은행알을 노랗게 물들여 놓았다.

올해는 가을이 빨리 오네....  양력이지만 아직은 8월 인데.....

저 윗길엔 산사나무가 많은데 열매가 다 익었을까?  지팡이를 짚고 갔는데  다리도 아프고 기운이 없다.

아들놈이 집에가서 밥 먹고 가라 했지만  그냥 집으로 왔다. 배가 고프더니  온 몸이 떨려왔다.  오자마자  라면을 하나 끓여먹고  샤워를 했다. 샤워하면서 땀에 젖은 옷을 빨고  이 축 쳐지는 육체가 거치장스럽네.

 

이래 가지고 우째살꼬?  영감이 옆에서 놀린다. 그래 가지고 살겠나? 

그래도 밥도 해 먹고 빨래도 하고  정리 정돈도 해야 되는데 나는 정리정돈은 도대체 할줄을 몰라 집은 엉망이다.

그래, 먹는것만 깨끗이 해 먹으면 되지,  청소기는 영감이 하지만 닦는건 내가 닦아야 되고 나는 힘이 들어 가끔 닦는다.

정리가 제대로 되려면 버려야 되는데 영감은 버리지를 못하게 한다  십년넘게 쓰지않고 입지 않는 옷들이 그대로 쌓여있다.

의논없이 버리면 난리가 나기 때문에  내 맘대로 버리기도 힘이 든다. 

 

아들놈은 구월이 되면 멀리 이사를 간다. 다대포쪽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며느리는 친정 부모님이 옆에 계시니 든든 할 것이다. 며느리가 물었다." 어머니, 저희가 이사가면 어머니가 섭섭하지 않겠어요? "  이쁘다.

"  괘안타, 우리는 이제 늙어서  너희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지만  친정 엄마 아버지는 젊으시니  도리어 내가 마음이 든든타, 니도  엄마가 옆에 계시면  좋겠제...."   섭섭 하지만  애들의 선택에 내색은 말아야 된다.

이쁜 손자놈도 보기 힘들거고  이쁜 내 아들놈도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쁜 며느리도......

우리 두 늙은이는  조금 더 편안해 지겠지. 몸 만은.....

그래, 그래 사는거다.  영감하고 둘이서 아웅다웅 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