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는 점이 아닙니다. 사마귀 입니다. 점 하고 다릅니다.?
영감의 얼굴에 빼곡히 박힌 검은 점을 빼러 병원에 갔더니 사마귀라고 가격이 꽤 비싸다.
"좀 싸게 안됩니까?" " 안 됩니다 " 단호하다. 그래, 사마귀란 놈은 뿌리가 있다니 더 힘들겠지.
마취약을 얼굴에 듬뿍 바르고 한 시간뒤 시술에 들어갔다.
48분 만에 끝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담배 때문에 그러니 담배를 줄이든지 끊던지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 니 없이는 살아도 담배없이는 못산다"
그 뒤로는 오히려 담배를 사 준다. 그래 , 내일 죽어도 오늘은 먹고 싶은거 먹어라.....
고양이가 이상하다. 아무데서나 똥을 싸려 하는데 잘 안나오는지 소리를 질러가며 힘을 주는데 자꾸 지리기만 해서
휴지를 들고 따라다녔다. 휴지로 닦고 물휴지로 닦아내고 야옹이 엉덩이를 닦으면 자존심인지 뭔지 소리를 질러가며 싫어한다. 베란다로 내 보내고 한참을 그냥 두었더니 마음이 쓰여서 문을 여니 들어왔다.
엉덩이를 보니 엉망이다. 휴지로 닦고 물티슈로 닦아내고 동태를 살피니 조금 편해 진 것 같다.
전기장판에 큰 머플러를 두르고 잠을 잤다. 오늘은 이불을 펼수가 없었다. 언제 이놈이 또 똥을 쌀지 모른다.
아침에 보니 상태가 안 좋은지 계속 잠만 잔다.
병원에 데려가 볼까 싶다가도 좀 더 두고보자 싶다. 늙으면서 한번씩 변비가 되는 모양이다.
올해 18세인 야옹이는 사람으로 치면 나보다 더 늙었다.
' 할배요, 내보다 먼저 자는 잠에 가소, 내가 먼저 가면 할배 봐줄 사람이 없구마'야웅이 머리를 쓰다 듬으며 하는 말이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늙으면 죽어야지, 자식들 애먹이며 오래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될 일인가? 아무튼 야옹이가 내 먼저 가고 영감을 또 내 먼저 보내고......
그 다음엔 아무때나 상관 없다. 영감보다 일주일만 더 살아도 괜 찮을것 같다.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정말 싫다. 우선은 내가 아프지나 말아야지.
그제는 시민공원에 갔더니 하늘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노을을 보고 오고 싶었는데 얇은 옷이 한기가 들어 집에 오고 말았다. 백합나무는 큰 키에 물든잎이 잘 보이니 아름다웠다. 백일홍도 마지막 꽃잎을 달고 있었는데 난 물이 든줄 알고 가까이 가보니 마지막으로 달려 있어 꽃잎은 살짝 말라 있었다. 산사나무를 보고 싶었는데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포기했다.
허리와 무릎이 아픈데 많이 아플땐 바로 병원에 가보자 하다가 덜 아프면 또 견디자 한다.
어떤날은 여상스레 걸어다닌다. 병원에 가기도 어중간 하다. 이리 참다가 가면 좋겠다.
이 나이에도 살을 빼겠다고 저녁을 안 먹기로 한다. 배가 고프다. 그래도 참아야지, 이러다간 겨울옷 단추가 하나도 안 잠기게 생겼다. 참자...... 살기가 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