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의 전화가 온다. 왠일이지? 아이고... 오늘이 시할아버지, 할머니 제삿날이다.
시댁에선 제일 큰 제사다. 내가 처음 시집가서 콩나물 한 시루를 차거운 물에 씻느라고 고생한 날이다.
달력을 보고 달력에 써져있는 글을 보면서도 오늘이 그날인줄 몰랐다.
며칠전에도 내가 정신없는 소리를 하니 아들놈이 아이구, 울엄마 큰일 났네... 하더니.....
앞으로 점 점 더 하겠지? 그러다가 나도 요양원엘 가야할까? 걱정은 걱정이다.
아들놈은 내게 책을 많이 읽어라 한다. 근데 글들이 머리속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아들놈은 그러니까
두번, 세번을 읽어라 한다.책을 안 읽은지가 한참 되었다. 이제 책읽기를 해야할까 보다.
아버지 생일이라고 케익까지 사 들고 온 아들놈과 며느리가 이쁘다.
아무것도 해 준게 없는 이 부모라는 자리가 차라리 부끄럽다. 아들놈 당뇨 때문에 회를 먹자 하더니
횟집에 갔다. 생선을 도톰하게 썰어 먹음직 스럽다.오랫만에 먹는 회가 맛있다.
" 어머니, 다음에 또 먹어요" 며느리가 팔장을 끼며 하는 소리다. 속으로 '잊어 버리진 말아라' 하고 오이야, 그라자 한다.살갑게 구는 이 아이가 고맙다. 지 신랑을 이쁜이 라고 부르질 않나, 우리 보고도 이쁘잖아요한다.
지 신랑이 그렇게 이쁠까? 여하튼 이쁘고 고마운 아이들이다.
오늘은 또 큰놈이 올 모양이다. 보고 싶은 손자를 볼수 있다.
영상통화는 가끔씩 하지만 이젠 할머니 보담은 티비프로에 더 관심이 많아진 손자에게서 섭섭함 보다는 나의 짝사랑을 탓하곤 한다. 요즈음은 일거리가 없어 걱정이라는 큰 아들놈, 이 자식이라는 존재는 죽을때 까지 손톱밑 가시처럼 아프다.
일이 많으면 몸걱정, 없으면 돈걱정.....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세상을 알고 삶에 대해 관심을 두었더라면 결혼도, 아이도 낳지 않았을 것이다. 천지를 모르고 그저 결혼 해야 되는줄 알았고 자식을 봐야 되는줄 알았다.
이 고달픈 인생살이를 내가 시키게 되었단 생각에 아들놈 들에게는 엄마가 미안타 소리 밖에 할수가 없다.
진심으로 미안타. 그리고 고맙다.
내일은 성당엘 가야 되고 모래는 포항엘 다녀와야 겠다.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를 먹고 움직여야 되겠다.
늙음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이 육체에 깃드는 고통만은 피하고 싶다.
어제 어디서 본 글인지 모르겠는데 한구절이 계속 기억이 난다.
파도가 치든 잔잔하든 어쩔수 없어요, 여긴 바다니까요......( 그래요, 이것이 인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