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단엔 개나리와 유채꽃이 잘 꽃혀 있고
중 고등학생들이 성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내 딴엔 일찍 간다고 갔는데......
그래도 구구절절한 기도를 하고 미사를 드리고 왔다. 날씨가 풀린 밤공기는 성모님 상 앞이라 그런지 더 흐뭇하고 좋았다. 참 오랫만의 밤미사다. 내일 아이들이 온다니 낮미사를 못가면 너무오래 미사를 못드리는 거라.....
미사후 성전안의 성모님 손을 꼭 붙들고 친정엄마께 얘기하듯, 엄마요, 우리 아아들 좀 부탁합니더, 그라고 자주 못와서 미안합니더.... 성전 들어가면서 나오면서 성모님 손잡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나를 보고 어떤 사람은 웃는다.
근데 웃어도 좋다. 성모님은 울엄마니까...... 누가 뭐래도.
오늘은 재봉틀을 정리해 버렸다.
양재를 배우지도 않은 내가 얼렁뚱땅 하다보니 한계를 느껴 이젠 바느질을 않겠다 했더니 영감쟁이 왈,
그래, 니가 만든옷, 밖에 입고 나갈 정도는 아이다. 한다.
그래, 내 주제를 내가 알아야지...... 남은 천, 미련없이 버리자 생각한다. 그래도 가슴 한 구석엔 남은 천이 아깝다고 속삭인다. 옷이야 하나씩 사 입으면 되겠지... 지금 있는 옷도 다 못입고 죽을판인데 왜 속 썩이며 옷을 만든다고 난리고?
한계를 인정하자.
아침부터 부엌에서 와장창 소리가 진동한다.
오늘 이상하게 손 대는 것 마다 무너지고 쏱아지고 잘 먹던 음식을 쓰레기통에 붓고......
혼자서 자책을 한다. 늙으면 그럴수도 있다고 위로를 해 보지만 하느님의 나라에 갈때 까지 맑은 정신으로 있다가 가는걸 목표로 삼고 바느질도 하고 컴퓨터로 퀴즈도 풀고 숨은 그림도 찾아보고 오만짓을 다 하며 산다.
참, 산다고 욕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