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캄캄한데 저 놈이 와 저라노?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보았다. 새벽 4시 35분이다.
"얌마, 지금이 몇시인데 벌써부터 깨우노" 아이고 저걸 우예야 되겠노? 죄받을것 같아 생각을 바꾸고
화장실을 가서 따듯한 물을 받아 주니 허겁지겁 먹는다. 나도 저래 따신물만 먹으면 몸에 좀 좋을낀데.....
따듯한 물은 혀를 깊이 넣어 물을 퍼 올리는것 같은데 찬물은 혀 끝으로 감질나게 먹으면서 온 얼굴에 물을
뭍힌다. 따듯한물을 달라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놈이 가끔은 말없이 찬물을 먹을때도 있다.
추운 겨울 안쓰러워 따신 물을 주었더니 그 따신물이 좋았던지 그때부터 사계절을 따신물을 달라한다.
손으로 물온도를보면 기분좋은 따듯한 물을 좋아하고 미지근한 물을 주면 화난 눈빛으로 가 버린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은 고양이 집사라더니 딱 맞는 말이다. 당당하게 요구한다.
근데 물을 주고 들어와 누웠는데 자꾸 야웅거리는 것이다.
참다가 참다가 어이구, 그래, 니나 내나 살믄 얼매나 살겠노 하고 마루로 나가 긴의자에 책상다리를 해주니
냉큼 다리위로 올라 왔다. 괭장히 반갑다는 제스츄어를 했다.
근데 충분히 못잔 눈이 얼마나 따가운지 야웅이 놈을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열어놓고 이불을 펴고 팔을 폈다.
팔을 두드리며 이리 오너라 하니 오지를 않고 그냥 내 주위를 뱅뱅 돌고 있었다.
무신 일일꼬? 모르겠다 하고 눈을 감고 있으니 고양이 걱정에 잘 수가 없었다. 눈을 뜨니 내 옆에 앉아 있는데
편안하게 앉아 있는게 아니고 똑바로 앉아 꼬리로 앞발을 감싸고 앉아 있었다. 야웅아, 와 그리 앉아있노? 하니 밖으로 나가길래 아이고 나도 모르겠다 하고 누워버렸다.
조용하길레 나가보니 영감옆에 엎드려 있어서 마음을 놓고 도저히 못잘것 같아서 계란 후라이를 해 먹고 커피를 마셔도 머리가 맑아지지 않았다. 또 사과를 하나 씻어 껍질째 깨물다 보니 정신이 돌아 오는것 같다.
중성화 수술을 해 준것이 죄밑천이 되어 집사노릇을 기쁘게 하고 있는데 이젠 그놈도 늙어서 자주자주 집 이곳 저곳에
응아를 해 놓는다. 가끔씩은 우리 눈 앞에서도 응아를 하곤 한다.
처음엔 좀 미안해 하는것 같았는데 이젠 미안해 하지도 않는것 같다.
지나 내나 인제 많이 늙었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그래도 저놈 보내고 내가 가야지......
집사노릇 참 힘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