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시내에 갈 일이 있어 버스를 타고 갔다.
뭐 요즈음 시내가 따로 있냐만은 우리나이의 시내는 남포동 광복동이다.
마침 집앞에 바로가는 버스가 있어 한번만 타도 갈수 있다.
반반한 땅만 있으면 아파트가 바벨탑처럼 올라간다. 인정도 없고 그저 편리함만 있는 아파트,
바다도 메워서 아파트를 짓고 산도 깍아내고 아파트를 짓는다.
서면로타리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엔 노인들의 줄이 길다. 아픈 무릎이 내리막은 더 힘들기 때문에
나 역시도 내려가는 계단은 무서워 엘리베이터나 에스카레이터의 힘에 의존한다.
그 동네를 떠난지 근 삼십년이 되었네...... 국제시장......
그때는 대청동 쪽에서 국제시장을 보면 길은 안보이고 사람머리만 까맣게 동동 떠 다니곤 했다.
이젠 길이 훤히 보인다. 예전의 영화는 꿈처럼 사라지고 큰 길에도 빈 점포가 있다.
시계약을 넣으러 시계골목을 가보니 조그마한 좌판 하나씩 차지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젊은이도 보이는것을 보니 이 골목은 금방 없어지지는 않겠다 싶다.
골목에 앉아 암달러상을 하던 언니 친구도 안보인다. 나이가 팔십이 넘었으니 살았는지, 죽었는지.....
별로 이쁘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피부가 뽀얗던 그 언니는 나이 마흔 가까이 얻은 아들은 요즘말로 발달 장애가 있었는데
그 아들과 어떻게 살고 있을지.... 먹자골목엔 외제옷을 파는 조그마한 가게가 많이 있었는데 그것도 많이 없어졌다.
그때는 구석구석 훤히 알았지만 지금은 낮설기만 하다.
볼일만 보고 돌아오는길, 어떤 할머니 세 사람이 오시는데 한 할머니는 거동도 힘들고 인지기능도 떨어지는듯한데
두 할머니의 도움으로 버스에 오르는데 한참이 걸린다.
아이고, 할매들 택시를 타지..... 입성을 보니 택시 타기도 힘든가 보다.
늙으면 옷을 곱게 입고 택시를 타고 다녀야 한다. 젊을땐 아무거나 입어도 보기 좋지만 늙으면 좀 비싼 옷을 입어야
사람이 좀 점잖아 보이고 남들에게 지천도 덜 받는다.
행동이 재바르지 못하니 버스타는건 폐가 된다. 다행히 아직은 버스정도는 탈수 있는데 지난번 정류장에 버스가 서 있길레 다리가 아프지만 쫒아가니 절뚝거리는 할마시가 걸거친다 싶던지 기사 아저씨가 빤히 보면서 내 바로 앞에서 출발해
버리는 것을 보며 뒤통수에다 손짓을 하며 마음속으로 욕을 했지만 가끔은 기사 아저씨나 젊은이들에게 미안해 진다.
부산이 우리나라에서 늙은이가 제일 많이 산다는 말도 들었지만, 또 나도 늙은 할매지만 거리엔 늙은이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찻길가 벤치에도 노인들이 앉아있고 지하철을 타면 거기도 노인천지고 공원엘 가 봐도 거의가 노인이다.
울 영감은 그런 노인들이 보기 싫다고 밖엘 나가지 않는다. 할일 없이 헤메는 노인들을 보고 싶지 않은건 당신도 그렇기 때문이겠지..... 아직 내 두발로 걸을수 있는것만 해도 다행이다, 하느님께 감사하다.
늙고 주름이 지면서 붉은루즈와 화운데이션을 다 버려버렸다. 주름사이로 화장품이 끼어서 그런지 왠지 추해 보이는것이다.
입술색이 검은 편이라 짙은붉은색 루즈를 발랐었는데 이젠 그것도 다 버려 버렸다.
하나씩 하나씩 다 버리고 살도 조금씩 조금씩 빼고 어느날 하늘로 날아 올라야지.....
저 옷들고 버려야 되는데.... 서글픈 인생이 내 앞에 서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