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작은놈이 눈을 겨우 뜬것같은 고등어무늬 새끼 고양이를 안고 왔다.
회사 앞에서 주웠다 했다. 아직 밥도 못먹고 우유를 겨우 먹는 놈을, 한참은 더 에미젖을 먹어야 될것 같은데
어쨌든 이쁘다고 데려 왔으니 키워야 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처음엔 집 안에서 키웠다.
짜쓱은 내 스웨터 포킷이 지 집인양 들어가서 태아때처럼 웅크리고 잠들곤 했다.
사료를 먹기 시작한후 나는 베란다에다 집을 마련해 두고 바깥문을 열어두고 키웠다.
아파트 일층이니 녀석은 밖에 나가고 싶으면 뛰어내려 온동네를 쏘다니며 놀고 집에 오고 싶으면 뛰어올라왔다.
녀석은 나를 얼마나 사랑해 주었던지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놈에게 나도 홀딱 반해버렸다.
녀석이 베란다에 있으면 나는 두꺼운 비닐을 펼쳤다. 녀석은 주저없이 비닐 속으로 들어와 앉았고 나는 비닐속의 그놈을
꼭 안아주곤 했다. 그렇게 안아주면 그놈은 내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었다. 지금도 그놈의 그 눈동자를 잊을수가 없다.
가끔은 두더지도 잡아오고 참새도 잡아오고 어느날은 새앙쥐를 잡아왔는데 미키마우스의 바로 그 쥐였다.
집쥐는 많이 봤지만 녀석 덕택에 새앙쥐도 보게 되었다, 귓바퀴가 동그란 그쥐는 얼마나 귀여웠던지 집에서 키우고 싶을 정도 였다. 봄이 오면 아파트 마당에서 아이들이 갖고 놀던 병아리도 잡아채오곤 하였다.
신기 하게도 병아리를 꼭 물지 않아서 병아리를 받아서 아이들에게 돌려주곤 했다.
그놈에게도 자연의 신비가 찾아오니 하루, 이틀씩 외박하더니 어느날 부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놈을 찾으러 옆 동네 까지 찾으러 다녔지만 찾을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다 크고 남편은 직장에 나가고 사업은 폭망해서 억지로 살던 중이었다.
나도 직장을 가지려 했지만 한쪽눈은 황반변성, 또 한쪽귀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어릴적 집에 불이나서 화상을 입으면서
고열로 인해 한쪽 귀의 청신경이 망가져 버려서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한들 시력과 청력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외롭고 살기도 싫고 우울증이 오고 공황장애가 오고 했다. 그러면서 가슴 중앙을 누가 망치로 때리는듯 아프기 시작했다. 정신과 치료를 그때부터 시작한게 지금 이십년이 다 되었다.
사라진 고양이가 날 사랑해주던 그 눈빛이 너무나 그리웠다. 너무나 외로웠고 사랑을 받고 싶었다.
경제적인 풍요가 사라지니 남편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고 나는 남편을 원망만 했고 내 인생을 원망했다.
그래서 고양이 카페에 가입을 하고 한 마리를 분양받게 되었다. 나는 이놈을 집 안에서 같이 살기로 하고 중성화 수술을 했다. 이놈도 날 사랑해주긴 했지만 먼저 고양이 처럼 그런 눈빛은 한 번도 보내주지 않았다. 안아 주어도 좋아하지 않는것 같았다. 지 엄마에게서 납치해온 낯선 여자가 싫었던것 같았다. 어쩌다 현관문이 열리면 도망을 갔다. 뒤를 돌아보며
도망을 갔는데 밤이 되면 현관 앞에서 야웅거리며 빨리 문을 열어달라 하면 우리 부부는 그 밤에 녀석을 목욕을 시키고 법썩을 떨었다. 그렇게 가출을 세번이나 감행을 했지만 길고양이에게 맞고 할퀴고 쫒기다가 집으로 들어오더니 이젠 다시는
가출을 않는다. 이젠 떠밀어도 나가지 않는다.
야웅이도 많이 늙었는지 가끔은 집안에다 실례를 하고 살도 많이 빠졌는데 내가 중성화 수술을 한게 큰 죄를 지었다는 생각에 야옹이에게 하는 말이 있다.
"야옹아, 지발 내 먼저 잠든길에 가고 다음엔 사람몸을 받아서 좋은집에 태어나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요즈음은 그놈의 털때문에 귀찮지만 영감 하고 둘이 있는 집에 그놈이라도 있어 한번씩 웃을 일이 있으니 다행이다 싶다.
"야웅이 할배요, 내 먼저 가소, 내가 먼저 가면 할배거둘 사람 아무도 없구마"
이젠 이 야웅이 할배가 내 먼저 가기만 기도 한다. 그리고 야옹아, 사랑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