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특전미사후 아들놈 친구 가게에 들렀다.
계란을 싸게 파는데 계란만 사긴 미안하니 돼지껍데기를 같이 좀 사오자 하고 갔는데
맛있는 과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짜쓱, 내일은 식구들 몰고 올지도 모르는데....
웨하스 하고 쵸콜렛 그리고 산도 같은 과자를 샀는데, 몇개 되지도 않는데 돈은 삼만원이 넘었다.
요즈음 과자값이 비싸서 애들 사줄때도 마음먹고 사야 된다.
집에 오니 영감이 무슨 과자를 그리 많이 샀노? 아이스크림도 사야 안되나? 안살라요! 돈 없구마!
과연 아들놈 점심때 쳐들어왔다. 밥을 해 먹일려니 자신이 없었다.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키고 손자놈에게 과자를 주니 할머니, 아이스크림은? 한다.
할매가 과자 사다보니까 돈이 없어서 아이스크림은 못샀다. 다음에 사 주꾸마!
큰 손자놈은 피짜가 먹고 싶단다. 할매, 이번달은 카드 막아야 된다. 다음달에 사 주꾸마!
아이고 힘들어라...
예전부터 돈은 내가 붙들고 살다가 요즈음은 생활비가 모자라면 영감한테 손을 벌려야 되는데
영감은 아무말 안하고 주는데 괜히 내가 편치 않아 월말이 되면 안절부절 한다.
작은놈, 엄마, 돈 없으믄 얘기하소. 짜쓱 내 통장에 한 몇백만원만 넣어주면 내가 몇년을 행복하게 살낀데.....
지도 살아봐야 알지.자꾸 돈 돌라카믄 며느리가 좋다카나?
사람 사는데 뭐가 이리 많이 드노? 이것 떨어져 사 놓으면 저게 또 떨어지고 ....
그제 감자, 당근, 양배추를 샀는데 오늘보니 감자가 없고 액젖도 떨어지고, 영감 담배는 또 와그리 빨리 떨어지노?
다 늙은 할매, 할배 둘이 사는데도 뭣이 이리 많이 필요한지....
그래도 억지로 적금도 넣는데 영감은 모른다. 영감도 모르게 쓸일이 인제 뭐 있겠노만은 은행 창구에 가서 젊은 새댁한테
내 비자금 통장 하나더 만들란다 하니 서슴없이 만들어 준다.
둘이서 마주보며 보소, 당신 먼저 죽으믄 당신돈은 내꺼, 내먼저 죽으믄 내돈은 당신꺼!
우리가 늙기는 많이 늙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