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하다. 하루종일 티비와 컴퓨터로 씨름을 해 보지만 남는게 없는것 같아 저녁을 먹고나면 허전하기만 하다.
별수 없이 또 진시장을 갔다. 면린넨이란걸 사 왔는데 시원해 보인다. 카키와 브라운색감이 느껴지는 얌전한 천이다.
디자인을 생각하느라 며칠이 걸렸다. 부직포로 일단은 윗부분을 재단해서 잘라 놓았다.
하이웨스트 부분에서 절단해서 아랫부분은 주름을 잡고 양쪽으로는 포킷을 안쪽으로 달아야 되겠다.
소매는 8부 정도로 생각하고 재단을 해 주었고 내일은 부직포가 좀 뻣뻣하긴 해도 박아서 입어보고 모양을 봐야겠다.
예전 옷을 맞춰 입을때 가봉이라고 입어보고 손볼곳은 핀으로 표시하고 며칠후면 옷을 찾아오고 했는데 부직포로
만든옷으로 가봉을 해 봐야 겠다. 친구가 옷본을 보내주고 내가 그 옷본으로 옷을 해 입어보이자 친구 하는말 " 이야~~~
공부 잘 하는놈은 다르구나! 옆에 앉혀놓고 가르쳐도 잘 못하는데...." 하고 웃었다.
예전 엄마가 발틀로 박는것만 보았지. 명색이 여자인데 나는 수예품 하나 완성을 못했다. 그때는 성질이 좀 급했던지
찐득하게 하는일은 도저히 할수가 없더니 세월이 인간을 만드는지 이제는 인내심이 좀 생겨 몇년전 퍼즐 천개 짜리를
맞추어서 벽에 걸어놓으니 이제 일학년이된 큰 손자놈이 " 야~~~ 우리 할머니 대단하다 " 했다
지도 퍼즐를 맞추며 놀았지만 그렇게 큰건 못해봤으니 이 할매가 대단해 보였던 모양이라...
몸무게가 500그람이 더 줄었다. 나는 저녁을 빨리 먹자하고 영감은 더 있다 먹자 하고...
저녁을 안 먹을 생각을 하고 " 먹고 싶을때 얘기하소! " 하고 내 방에 들어왔더니 한 삼십분후 영감도 마음이 쓰였던지
문을 살그머니 열고는 " 마, 묵고 마입시더 " 하면서 눈을 찡긋한다. 아이고~~~ 저놈의 립써비스 바람에 내가 살았지....
"그런거는 어디서 배웠능교? " " 그냥 알았다 "
참, 기적처럼 살아온 지난 난들이 생각만 해도 가슴속에서 울컥 올라오는데,, 다 팔자려니, 하느님께서 내게주신 숙제려니..... 하고 살아온것이 그래도 잘 살아냈다 싶다.
이젠 나도 영감한테 립써비스를 한다. " 형님요, 우리 영감 요새 날개죽지가 간질간질 할거구만요, 날개가 나올라꼬요..."
영감 들으라고 손윗동서와 통화하면서 하는 소리다.
지난번 내가 신경과 다녀 온 후부터 영감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예전 어떤 광고에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더니
그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서로가 잘 하면 좋을걸...
친구는 자기 남편이 립써비스라도 좀 했으면 이런사태까지는 안올건데... 했다.
부부생활엔 립써비스도 중요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