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소, 집 좀 내놔주이소 " "어데가서 내 놓으꼬? 이 근처는 좀 그렇잖아 "
부끄러워 아무도 모르게 떠나고 싶었다. 빚도 갚아야 되고 앞은 보이지 않고
집이 11 층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엘리베이터는 사방으로 흔들려 겨우 11층에 내려
집으로 들어왔다.그런데 이 일을 우야꼬 싶어 울고 싶을 정도 였던지 안절부절 하면서 지껄이는
내 잠꼬대 소리에, 새벽에 깨었는데 깨서도 정신을 못차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의 난
가진것도 없지만 빚도 없이 편안한 상태란걸 자각하게 되었다.
우리 정희 시집 잘간다고 동네가 뜨르르 하더니......
왜 예감은 그렇게도 잘 맞는지, 할매들이 시집 가서 잘 살거라고 하실때마다 나는 부잣집 맏며느리감인 큰집 올케가
떠오르며 나도 저리살믄 우야꼬?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부자집에 시집은 갔지만 시아버지가 부자였지 세째아들인
남편이 부자인건 아니었다.
좋아죽고 사는 남자도 없는 나는 엄마 말을 들을수 밖에 없었다. 지난 얘기 자꾸 하믄 뭐하노....
그렇게 힘든 세월을 견뎌냈는데 내 아들놈들 잘 되는건 보고 죽어야지.
초복을 앞두고 와서 또 밥을 사주고 간 두 아들놈들, 착한놈들 잘 되는걸 보고 죽어야 할텐데....
그래, 내하고 자자, 들어오너라. 야웅이란놈 나를 얼마나 좋아해 주던지 내가 잔다고 방문을 닫고 나면 방문 앞에서 자꾸 울어대는 통에 같이 자기로 했다. 내 옆에 누워 내 몸에 지 몸을 대고 자는데 밤새 볼일 볼때를 제외하곤 내 옆에 꼭 붙어있다. 새벽에 깨우지도 않는다.그래, 니가 나를 많이도 사랑해주는구나...
영감도 따로 잠을 잔지가 몇년이나 되었지만 한번도 우리 다시 같이 잘까? 물어보지도 않는다.
겨울이 되면 나는 남편의 품이 그립다. 남편의 몸에서 나오는 훈기가 잠을 잘 오게 하기 때문이다.
겨울에 남편곁에 가면 화로가 옆에 있는듯 따순 기운이 나온다. 발뒷꿈치가 계란처럼 반들반들 하면 건강하다 하는데
남편은 발가락도 길고 발뒷꿈치도 반들 반들 한게 발이 이렇게 이쁜 사람은 남편이 처음이다.
다른 사람의 발은 어찌 생겼는지 잘 모르지만 친정 형제들 발을 보면 이렇게 이쁜 발은 없다
우리 야웅이도 참 젊잔타, 저번의 꼬맹이는 빨래줄의 빨래는 다 잡아당겨 다시 빨아야 될정도로도 했지만 야웅이는 빨래줄 빨래 한번 잡아 당기지 않는다. 싱크대 한번 올라간 적이 없고 농 위로도 한번 올라가지 않은 정말 양반 고양이다.
야웅이도 이제 찬바람이 불면 영감 팔베게를 할거다. 내가 못하는 영감 팔베게 한겨울 내내 할거다.
그래, 야웅아 잘 살다가 어느날 자는 잠에 하늘나라로 가거라. 이쁜 우리 야웅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