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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의 배우처럼

지나19 2023. 10. 28. 09:03

냉장고의 언 소고기를 내어놓는다.

12시나 되어 겨우 일어나는 영감께 오늘은 억지로 미역국을 먹여야 겠다.

오로지 소고기국만 고집하는 영감이 맘에 안들지만  내 어깨에 무겁게 올라앉은  이 운명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자기만 생각하는 이 이기심은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지만  나는 애초에 포기했다.

새삼처럼  그저 기생해서 편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안되어 사는게 힘들어 하는 그를  원망한들 소용이 없다.

다  내 탓이다.  내탓이고 내가 겪어야 하는 일이니 기꺼이 겪어야 되는 일이라고 내 마음을 달랜다.

 

우리집은 하루의 시작은 영감이 일어나 밥을 먹고 난 후 부터다.

그러니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버리는 것도 영감모르게 버려야 되고  또 대부분은 영감이 알게 마련이다.

이 좁은 집에서 외출도 않는 영감에게 들키지 않고 버리는건  너무 힘든 일이다.

 

좁은 집 에서는 전화통화도 영감 모르게 할 수가 없다.

내게 전화가 오면 영감은 보던 티비소리를 줄이곤 내가 누구와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듣는것 같고  내 얘기에대해

비판을 하곤 한다. 특히 돈 얘기가 오고가면 더 예민하다.

 

그래서 외부의 활동은 거의 중단 하였다. 마이너스의  손이 있다하두만  이 영감은 모든걸 부정적으로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어나며 하는 첫번째 말이 "아이고, 죽겠다! "  이다.

하도 그래서 언젠가 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대꾸한다. " 그래, 죽고 싶으면 빨리 죽어라!"

 

이런 영감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내가 먼저 죽든 영감이 죽든, 그렇게 되지 않고는 나는 벗어날수가 없다.

아무 생각없이 살고 싶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들이 날 짓누르고  나를 지옥으로 몰아가는듯 하다.

내게 뭣 하나 해준게 없는게 자기가 미안해 해야 할것같지만  정작 그게 자격지심이 되어서  나를 더 구속 하는 것이다.

 

나는 새장안의 새처럼 파닥거린다. 내 맘속으로만 파닥거린다. 남들이 알 리가 없다.

밖에서는 항상 웃는 얼굴로 지내야 된다. 모두가 내가 행복한줄 안다. 걱정거리가 없는줄 안다

무대위의 배우처럼, 나는 울면서 웃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