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마치고 나는 대구 시외전화국에 임시로 근무 하게 되었다.
근무를 하면서 참 재미가 있었다. 언젠간 정규직이 될것이고 일이 연결되는게 아니니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다.
정규직을 임명 받을때 첫 임지로 경북상주로 보내졌다.
엄마와 같이 상주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해에 눈이 얼마나 많이 왔던지 김천에서 상주 넘어가는 고개엔
눈무게 때문에 나무가 부러지는걸 처음 봤다. 눈이 쌓이니 세상이 고요해 지는것 버스 안에서도 느낄수 있었고
난생 처음 보는 눈에, 또 낮선 지방으로 처음 가는길이라 두렵기도 했다.
그렇게 상주에서 구개월 만에 다시 대구로 오게 되었다. 시외 전화국이라 전부 여자만 있었으니 편하게 근무할수 있었다.
어느날 과장님이 부르시더니 나보고 국제전화를 맡아라 하셨다. 국제전화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는 대구에서
외국으로 바로 연결 하는게 아니고 일단 서울을 거쳐서 연결을 하게 되니 간단한 영어와 일어 정도만 하면 할수 있었다.
어쨌든 실력을 인정받고 내가 번 돈을 엄마께 드리고 용돈은 받아쓰지만 내가 돈을 번다는게 정말 좋았다.
엄마는 화장품을 사 주시고 화장을 시키셨고 잘 했나 봐 주시고 지금도 생각나는건 높은 구두를 신기 시작할때 엄마하고
양키시장에 구두를 사러 갔는데 엄마가 신어라 하는걸 신으면 좀 있으면 그 디자인의 구두는 꼭 유행의 첨단이 되곤 했다.
그 추운 대구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고 좋은 친구들도 있었는데 친구들도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한 삼년만 안하고 있었더라면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을것인데 영감 말마따나 나는 세상을 너무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