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삼월 말이다. 일년의 사분의 일이 후딱 날아가 버렸다.
핸드폰음악을패티김의 '사월이 가면'으로 바꾼지도 열흘이 지났다.
그저께 가본 공원에는 개나리, 조팝나무꽃, 박태기나무가 그 가지들에 다닥다닥 붉은 꽃들을 달
고 있고
조팝나무를 자르지 않고 나냥키운것은 위로위로 치솟으며 그 뽀얀 꽃들을 기쁘게 피우고 있다.
민들레는 홀씨를 둥글게 펴고 곧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고 화병에 뿌리를 내리라고 꽃아둔 무화과는
벌써 둥글고 단단한 열매를 달고 있다.
이번주만 지나면 성당에 갈수 있다. 부산지방은 바이러스가 좀 덜하니 아마도 갈수 있을 것이다.
성당을 가지않고 온라인으로 아무리 미사를 드린다 한들 아무래도 기도 생활에 소홀해지는건
어쩔수가 없다.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고 귀신얘기를 듣고 쪼가리천으로 작품만든다고 온집을 어질르고
어제는 빨래를 안쳐놓고 그대로 잊어버리고 잠을 잤다. 잠은 또 왜 그리 오는지 머리를 누이면 바로 잠이
들어 희안하다 나이가 들면 잠이 안 온다는데...
영감 팬티네개, 수건몇개를 다 태우고 부엌을 가서 빨래양동이를 보고서야 내가 빨래를 불에 얹은걸 생각해냈다. 남편이 냄새가 나서 불을 껐다며 요새 왜 그러나 한다.
최근들어 갑자기 건망증이 심해졌다. 물건을 잘 두고 못찾아 헤메고.....
야옹이 처럼 변 실수않는것만 해도 다행이다 할 정도로 화장실 불도 끄지않고 물도 내리지 않는 날들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정상적으로 늙어가는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참 다행이란 생각도 해보지만 사는건 참
불편하다. 그래도 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두 늙은이가 마주보고 웃는다. 기가차서.....
고양이란놈이 깨워서 일어나니 여덟시가 되었다. 새벽부터 깨운다고 뭐라 했더니 이놈이 오늘은 늦게 깨우는걸 보니 십오년을 같이 살았으니 내 말은 잘 알아듣는다고 생각한다.
춘분이 지나면서 털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유달리 많이 빠진다. 고양이 한마리가 이렇게 온집을 털로
채운다는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루를 보면 이놈의 털 때문에 도저히 가만 있을수 없어
잠자는 영감을 깨우지 못하고 밀대로 털을 닦아내고 그제는 화장대, 찬장아래 구석구석을 후벼파냈다.
가구 아래로 날려 들어간 그놈의 텔이 얼마나 많은지.....
외로워서 키우기 시작한 그놈이 이젠 없은면 싶을때가 있다. 그러나 두 늙은이가 그놈과 대화를 하고 그놈을
보며 웃을 일이 생기니 그래, 죽을때 까지 같이 살자. 내가 니 숫컷의 본성을 없앤 죄로 죽을떼까지 나도
니 털을 같이 먹으며 살겠다 다짐했다.
오늘도 야옹이놈은 햇살을 즐기며 느긋이 누워있고 나는 또 이 하루를 잘 보내야 되겠다.
어제 만들던 빈티지 모자를 완성하고 남편의 런닝을 완성 할것이다.
잘 살자!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