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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만 채워주면 되.....

지나19 2020. 4. 13. 11:57

영감쟁이, 맨날 배만 채워주면 된다고?  그놈의 립써비스 때문에 살았지만, 이제 많이 수월해 졌다 했는데,

"보소!저녁에 감자 지짐 해 먹을까?"  " 뭐 우째 할낀데?"

"감자를 갈아서 물은 버리고 가라앉은 전분과 감자살을 합해서 지지는거...."  " 한번  해 봐라!"

"우리 그렇게는 한번도 안 해봤다 그지요?"


감자를 갈고  건더기를 손으로 꼭 짜내어 두고 감자물에 가라앉은 전분과 섞고 또 약건의 전분과 계란 하나를

넣었다.  아무래도 맛이 좀 밍밍할것 같아 소금을 좀 넣었는데 이게 문제였다.

싱거우면 간장을 찍어 먹으면 되는데......  내가 남편보다 좀 짜게 먹는 편이라 조심 했는데도 짜증을 내면서

먹도록 해 주지 않는다며 잔소리를 한다. 약간 간간 하긴 하지만 못먹을 정도는 아니다.

급기야는 라면을 먹겠다고 손수 라면을 끓인다.

닞에는 소고기를 구워 참기름에 맛소금을 넣고 파절임을 하고 밥을 줬는데 그것도 짜증을 내고 안 먹더니.....


신혼 초에는 남편이 밥을 안 먹어서 속상한 일이 참 많았다.

새댁이 새신랑 줄려고 얼마나 정성을 다해 음식을 장만 했을까?  이 새 신랑은 입맛이 얼마나 까탈스럽던지

상위의 음식 빛갈만 보고는 "니 혼자 먹어라" 했다  참, 속을 많이도 끓였다.

다행히 서울할매가 오시고 그럭저럭 살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서을 할매가 미국 딸내집으로 가셨다.

소식 끊겼던 딸이 미국으로 가서 방앗간을 하는데 돈 벌겠다고 내외가 같이 미국으로 가셨다.


티비의 요리프로는 다 챙겨보고 요리책을 사보고.....

언제 부턴가 내 음식이 맛있다고 하더니  사업이 망하면서는 생활 수준이 낮아질수 밖에 없었다.

밥상이 제일 먼저 달라 졌다. 그 무렵 아들놈 둘은 중학생이었는데  지금까지도 엄마의 음식솜씨는 인정하지 않는다.  요즈음은 내가 해주는 반찬들을 반갑게 챙겨가는 정도가 되었다.


예전 할매들이 며느리에게 창고 열쇄 물려주는 이유를 이젠 알겠다.

요즘은 일도 하기싫고 아들놈 반찬 챙기려 시장다녀오고 장만하고 음식좀 만들고 하면 내 몸이 지쳐서 힘이들어  지난번엔 큰 며느가 "어머니 갈까요? 하는데 오지마라 하였다.

밥 챙겨 먹이고 좁은 집에 같이 앉아 있는것 조차도 이젠 힘이들어  솔직하게 오지마라 했다.


생각해 보면 내년이면 칠십아닌가?  게다가 협착증에 전방위증에 무릎통증 까지 혼자서 고생을 얼마나 하고 사는지.....  남편은 병원을 가보자 하지만  늙으면 다 아픈데 견딜때까지 견디자  하고 있다.



남편 없는 세상은 상상 하기도 싫지만 오늘 점심 남편 밥은 또 뭘로 챙겨 먹일까 고민이다.

배만 채워주면 된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