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생일아침

지나19 2020. 11. 8. 09:13

아침부터 카톡이 온다.

보니 생일축하 카톡이 친구들로 부터 오기 시작 하는 것이다.

잘 키워주지도 못한 아들들이 어제저녁 큰놈 집에서 중화요리로  생일잔치를 하고 내 생일 이란걸 잊어버렸다.

그깟 생일이 뭐 대단하다고.........  잘 살아온 것도 아니고 자식을 잘 키워놓은것도 아니고 뭣하나 이루어 놓은것 없는

69년이 기쁘지도 않고, 이젠 갈날이 더 가까운것을 더 기뻐하는 내가 별나다면 별나다.

 

손자놈은 내가 가면 자고 가라 한다. 가만 보니 할매가 지 동생을 봐주니 지에미가 지하고 놀아주니 할매가 있으면 좋다란 생각을 갖고 있고 또 할아버지는 아무 도움이 안되니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느끼고 있는것 같다.

내가 할매할배 하고 다 같이 살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그건 싫다 하는걸 보며 이 어린것이 벌써 계산을 하는가 싶기도 하고 나도 마음속으론 너하고 같이 살기 싫어, 같이 살면 나는 싱크대앞에서 죽을건데....  하고 마음속으로 웃었다.

며느리는 내가 가면 편하게 둘째를 맡기는것 같고 또 그게 나도 편하다.

남편에게도 혹시 내가 먼저 죽으면 절대로 아들집에는 가지 말고 혼자 살던지 요양원엘 가던지 하라 한다.

나 역시 혼자가 된다면 혼자 조용하게 살고 싶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언제 부터인가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얼굴 조차도 주름살이 생기는것을 보며 모든걸 내려 놓았다.

남편은 내가 도사님이라고 할 정도로 밖으로 나가지 않고 나역시 성당일밖엔 나갈일이 없어지고, 물론 코로나가 이 사태를 더 빨리 오게 하기도 했겠지만....  지난번 공원을 갔을때도  혼자서 이리저리 헤메는 것이  참으로 편했고 즐거웠다.

나이가 들면서 이 아름다운 자연이, 코딱지 만한 작은 꽃송이 하나에도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그런 슬픔? 즐거움? 을

혼자서 느끼고 혼자서 즐기는것이 너무 편안 했다.  궁극적인 삶은 혼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젠 늙어서 밥도 하기싫고 고양이 털도 귀찮고 남편을 신경 써야 되는것도 귀찮아졌다.

다만  기도 생활이 태만해 지는것 같아 성격쓰기를  매일 한시간 정도 한다. 다른건 몰라도 하느님, 예수님,성모님의 현존은 믿으니 기도를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태만해지기도 하는 내 자신이 얄미워지기도 한다

 

기도가 별거가? 사는게 기도지, 라는 생각도 한다. 순간순간 기도 하는 마음으로 살면되지  하면서도  형식을 가지고 있는 기도문을 외우거나 묵주기도를 해야 된다는 강박감에 쫓기기도 하는데 아직도 내 마음속에 뭔가 뚜렷한 그 무엇이 세워지지 않은건 아닌지 생각한다.

 

오늘도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시다, 갱희야,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