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지났다. 아들 사형제의 세째 며느리였지만 명절을 지낼땐 힘이 들어서 이런 명절은 말라꼬 만들었노? 하고
마음 속으로 투정을 부렸는데 이제 다 늙어 아무도 오지않는 명절을 두 늙은이가 고양이와 함께 이방에 하나. 저방에 하나, 들어앉아 있으니 서글픈 마음도 들고.......
아들놈들은 명절 연휴가 나흘이나 되는데 바쁘다며 설전에 와서 밥사주고 봉투주고 그렇게 설이 지났다.
젊은 애들이 늙은 부모의 마음을 알수가 있나? 가만 생각해 보면 나도 시댁에 가면 빨리 빠져나오지 못해 안달을 하지
않았던가? 물론 큰 동서 눈치 때문에 더 빨리 오려 했지만 부모님 살아 생전에 불효한걸 뉘우치며 그래도 내 며느리에겐 사랑만 주자 하고 마음을 비우니 며느리들이 다 이쁘다.
마음만 바꾸면 되는데 이렇게 편안해 지는데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가끔은 찬바람이 지나가는걸 막진 못하겠다.
큰 언니의 작은 아들이 안부전화가 오고 동생에게서 안부 전화가 오고 아무에게도 전화도 오지 않았다.
큰 동서와는 전화로 안주를 묻고 작은동서와 막내 동서와는 카톡으로 안부를 나누고.......
모두다 사는게 힘든다. 돈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돈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젤 편한것 같다.
자식들이 지 앞가림을 다 하고 있고 그래도 이즈음 아이들 같지 않게 못난 부모를 끔직이 여기니 고맙다.
올겨울은 김장도 안담그고 떡국떡도 사지 않고 냉동식품으로 설을 지냈다.
이젠 뭘 좀 하는게 겁이 난다. 허리와 무릎이 아프지만 참고 견딘다. 늙으면 다 그렇지 하면서....
성당에도 핑계김에 안나간게 이년이 가까워 지는것 같다. 유튜브로 미사를 드리고 성경필사를 하고 묵주기도를 하고......
세상이 질병이 아니라도 너무 불안하고 시끄럽고 사람들도 만나보면 너무나 이기적이고 배려심이란 하나도 없고....
내 자손들이 살아갈 세상이 걱정만 되고....
그래도 하느님께서 주신 내 인생, 그분의 뜻을 따라 좀 잘 살아보자. 올해도 좀더 잘 살아야지.
모든걸 이해하고 사랑하고....... 나이가 칠십이면 살아가는건 좀 알만 하잖아?
갱희야, 올해는 좀 더 잘 살자!
그리고 하느님아부지, 예수님, 성모님 이세상에 평화를 주시길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당신께서 만드신 이 아름다운 세상, 우리도 아름답게 살다 갈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구 합니다.
매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