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놈이 에어컨을 사 준지가 한참 되었다. 근데 영감쟁이가 오늘 같은 날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는것이다
자기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더운줄도 모르지만 이것 저것 움직이는 나는 더워서 연신 아이고 덥다 해 대지만
이 영감에게는 마이동풍이다. 오늘도 한 소리 했는데 손자놈 보러가는 날 보고 갔다오면 틀어줄께 하더니
손자놈 봐주고 집에와서 앞뜰의 풀 좀 베어주고 나니 땀이 얼마나 나던지 집에 들어오면서 바로 샤워부터 했는데
영감쟁이 우리집에는 에어컨이 없는줄 안다. 한 소리 할라다가 더럽어서 말았다.
참 부부사이에 별거 아닌게 이렇게 마음을 상하게 하고 미워지는 마음을 다스릴길이 없다.
참 이해 할려고 애도 많이 쓰고 법륜스님 말씀도 많이 들으며 마음 공부를 하지만 아직 보살 되기는 멀었다.
아직도 남편밥은 안먹고 산다고 하지만 그래도 살아보면 남편이 꼭 있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이번에 아들이 보험넣자 했을때 나는 그냥 이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죽고 싶다고 하니 아들놈은 아직은 죽으면 안된다 했다. 이유는 남편이다. 내가 없으면 저 별난 아버지를 잘 모실 자신이 없단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보다 일주일만 더 살면 된다 생각한다
올여름은 어찌 작년보다 더 더운것 같다. 지구 온난화라더니 비오는 것도 예전 같지 않고 더위도 더 심해졌다
다 인간들이 자초한 상황이니 누굴 나무랄수도 없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살기엔 너무 불편하니 설마 하고 사는것 같다
대구로 간 오빠는 칠월 말이면 딸들이 사는 경기도 화성으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
이젠 살아생전 볼수가 있을까? 공부 잘하는 큰 아들 이라고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더니 다른 형제를 생각해 줄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다. 올케 역시 많은 형제중 막내딸로 태어나 배려도 나눔도 없이 빚구덩이에 살면서도
자기는 아니라 하겠지만 내가 볼땐 사치를 하고 돈 잘 못번다고 오빠에게 바가지를 긇었다
동물들이 자랄때는 형제간에 서로 도와주고 같이 장난치고 살다가 독립하고 나면 형제도 부모도 모른다고 법륜스님은 그게 정상이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나는 맏며느리가 되고 싶었고 온 가족이 화목하게 사는걸 원했었다.
살아보니 남편 하고도 화목하게 살려면 참으로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 모진 세월 다 견뎌내고 나니 이젠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또 이정도로라도 감사하며 살아야 된다는 것을 알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화가 난다기 보담은 남편이 야속해지고 혼자 살고 싶어진다
내 평생 소원은 딱 세가지 였다
하나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가 보는것, 둘째는 볼쇼이 발레든 영국로얄발레단이든 그 두 발레단중의 하나로
백조의 호수를 한번 보는 것이었다. 티비로 본 마고트 폰테인의 그 몸짓을 도저히 잊을수 없게 되었다
세째는 남편과 니죽고 내죽자 하고 치고 받고 싸워보는 것이 었다.
그 소원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어느날 아, 이게, 이 남자와 살아내는 것이 내가 현생에 해 내야 되는 일이구나 싶었다
다 포기 하고 그저 마음공부만 하자 싶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내가 실천하는 그 일 밖에 더 할것이 없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온전하지 못한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나는 괴롭다. 사는게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