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 최백호도 늙고 같이 만나는 여배우도 늙었다.
얼굴엔 주름이 깊어지고 저승꽃조차 피었다.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옛말에 천석꾼은 천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가지 걱정이 있다 했는데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얼굴을 알리며
살아가는 사람은 또 어떤 걱정이 있었을까? 우리가 모르는 많은 걱정, 근심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 험한 파도를 헤쳐온 사람들..... 이젠 나이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같아 참..아름답다.
최백호는 내가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음유시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의 음성은 세월이 갈수록 더 그윽해지고
나무잎을 스치는 바람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목소리 안에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것처럼 그의 음성을 들으면
가슴 한쪽에 바람이 지나가는듯 무심히 들을수 없는 노래다.
길위에서, 아름다운시절, 가을바다 가을도시, 청사포, 낭만에 대하여, 다 생각이 안나지만 그의 노래는 참으로 솔직한것 같기도 하여 노래방에 가면 제일먼저 부르는 노래가 가을바다 가을도시가 되었다.
가슴속 맺힌걸 가을바다 바람을 마시며 확 밷어내는 기분으로 부르면 가슴이 후련해졌다.
갑자기 정동진이 생각난다.
그때가 또 가을 이었다. 바람이 얼마나 불던지 머리카락은 한올한올 엉키는것 같았고 파도는 우짤래? 우짤래? 우예살래?
하며 몰아치는것 같아 남편이 못보게 눈물을 훔쳤었다.
슬플땐 혜은이의 비가를 불렀다. 놓쳐버린 아픈 사랑을 생각하며 참, 많이도 불렀다.
컴퓨터로 여러가지 글들을 쓰면서 내 자신이 위로가 많이 되었다. 내가 쓴 내 글을 보면서도 위로를 참 많이 받았던것 같다
이젠 나도 저들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또 아름다운 늙은 할매가 되고싶다
죽을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웠다고 말할수 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