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사고 정구지를 사고 귀리, 검은콩, 햅쌀, 그리고 계란 한판을 샀다.
계산대에 가니 회원 등록을 하지 않으면 할인이 안된다 하네.
농협엔 자주 오지 않으니 등록을 안 했는데, 할수 없다 뭐 산골 계란이라니 뭐가 좋아도 좋겠지.
집에 와서 보니 끝자리 숫자가 4다. 괜히 샀다 싶지만 할수 없지.
배추를 절여놓고 양념을 개어놓고 햅쌀만으로 밥을 했다.기름이 반지지르 하며 밥 한알 한알이 아름답기 까지 했다.
남편의 소고기국이 떨어지기 전에 먹이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영감쟁이 마지막 소고기국이라며
아쉬워 하며 흰 쌀밥과 맛있게 먹는다.
소고기 국을 곰솥으로 한 솥을 끓여 아들놈 좀 나눠주고 영감은 소고기 국만으로 근 열흘을 먹었던것 같다.
근데도 아쉽다니 할 말이 없다. 그동안 나는 돼지등뼈를 고아서 시래기국을 먹었다.
등뼈 시래기국은 내 입맛으로는 소고기 보다 맛이 더 나은것 같은데 영감은 오로지 소고기국이다.
하긴 그 시절에 벌써 안심, 등심, 하며 소고기를 사 먹었다는 집이니 할말없다.
우리집에선 명절때나 육소간에 가서 국거리 한근주소 하며 기름도 좀 넣어달라 해서 국을 끓여 먹던 때였는데.....
결혼후 큰 동서께 소고기국 끓이는걸 배웠고 냄비밥 하는것도 배웠다. 지금도 냄비밥은 좋아해서 한번씩 해 먹는데
냄비밥은 뜸을 한참 들여야 하니 누룽지가 많이 눋기 때문에 그 누룽지를 약한 불에다 한참 올려 놓으면 누룽지가 살짝 일어 나면서 고소한 맛이 배가가 된다. 요즈음 젊은 사람은 이 냄비밥 할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치는 또 큰아들놈 집에 나눠주고 , 그래도 새 김치라고 먹을만 하다
사촌 동생이 보내준 동영상을 보며 웃는 나를 보는 영감눈이 곱지 않다.
인형을 붙들고 복화술을 하는지 무대엔 남자 하나와 인형이 서서 얘길 하는데 이 인형이 자기 남편은 자기에게 로또 같은 존재라고 하는 것이다. 생뚱맞은 소리에 묻기도 전에 이 여자 인형 하는말이 " 안맞아, 안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수가 없어, 하나에서 열까지 하나도 안맞아!" 하는 그 대목에서 내가 혼자 소리를 지르며 웃는 것을 보니 기가 찼던 모양이라, 사실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중매로 근 보름만에 결혼을 한 우리 부부도 맞는게 없다. 관심사도, 취미도......
남편과 대화를 좀 하다보면 싸움이 되기 일수고, 참 인내의 세월을 보냈다
깊어가는 가을처럼 내 영성도 좀 깊어지면 좋겠다. 하느님께 가는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남편도 이해하게 되고 오빠도 이해하게 되고 언니도, 올케도......
내곁의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둑여 줄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죽기전에 그 길을 찾고 싶다. 내 살아온 삶에 미련은 없지만 죽기전에 예수님, 성모님의 그 사랑을 갖고 싶다.
그래서 너무 너무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