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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충분히 행복하다

지나19 2021. 11. 3. 11:31

어찌어찌  일어나니 10시반이다.  이렇게 늦은잠은  생전 처음이다.

어제 대구 친구들이 온다해서 다대포로 오라하니  요즘 네비덕택에 다 늙은 할매들이 잘도 찾아왔다.

나도 다대포는 오랫만이라  가을구경이나 하면서 느긋하게 버스를 타고 갔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가을 보다는 시내구경을 더 하게 되었다. 예전 장사를 할때는  많이도 

돌아다녀 부산 지리는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는곳마다 빌딩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어

구약의 바벨탑이 생각날 정도다.  예전  나즈막한 집들은 다 없어지고  또 그 지역에 오손도손 살던 원주민들도

그놈의 돈에 쫒겨 고향에서 내 몰리고 하는 지금의 이 아파트들을  나는 좋아할수가 없다.

나 역시 아파트에 살지만  여기로 온지 이십년이 넘었지만 아는 이웃이라곤  두어집, 목례라도 하는집은 대여섯.......

돈 다 잃고 들어와 살게 된 곳이라 내가 바깥 출입도 안했고  좁은집에 짐이 많아 정리도 제대로 못하고 사는 탓에

차 한잔 하러 오시라는 말도 할수 없는 이놈의 성격탓도 있을것이다.

 

어쨌든 다대포 주차장 입구 횟집에서 방 하나를 차지하고 열명의 할매들이 코로나 때문에 못만났던 회포를 푸는데

양기가 입으로만 다 올랐는지  시끄럽다. 친구 하나는 젖먹을때 부터 친구고 나머지는 국민학교 4 5 6 학년 3년을 같이 보내고  대학시절부터 다시 만나 모임을 시작했으니  너나 없이 시쳇말로 똥구멍 까지 다 아는 사이니  정말 편한 자리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친구도 있고 다도 선생까지 있으니 모두다 걱정없는 친구들이다.

 

나만큼 뚱뚱하던 친구 하나는 남편이 죽고 근 이년을 밥을 못먹어서 피골이 상접 하다가 이제사 살이 좀 올랐다 하며

스커트를 입고 높은 구두에 머리엔 진주를 꿰어만든 머리띠로 멋을 내고 왔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예뻤다.

나이야  가라  하며 다들 개성있게 차리고 왔는데  저녁을 먹고 대구로 가자 했는데 하나 둘씩 들고온 간식을 먹으니  

저녁이 들어갈 배가 없었다.  

나혼자 등산 스틱을 짚고 다니니 다들 살을 빼라한다 "  살이 좀 빠졌었는데 겨울잠 자러 들러갈라고 좀 찌웠다"

폭소가 터진다. 뚱뚱하긴 해도  그런 내가 나는 싫지 않다

 

수심이  얕은 모래바닥위로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고 저 앞엔 모래톱이 있었다.

바닷물에 발 담는것도 이젠 마지막이겠지 하면서 바지를 걷고 모래톱 까지 걸어가 보았다. 친구 둘도 따라 건너온다.

바다가 내 눈에 한가득이고  바다도 일렁거리고 모래도 물결무늬로 보이고   어지럽다.

백사장도  모래가 얼마나 고운지 바람의 무늬를 그리고  그냥 털썩 주저 않으니 어찌 그리 마음이 편하던지.......

구름 사이로 채운이 보이는데  난생 처음 보는 그 빛갈에 모두 넔을 잃고 쳐다본다.

친구들이 모두 동갑이니  어제 우리는 우리끼리 칠순 잔치를 한다  하며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만 하면 충분히 행복하다

고맙습니다  하느님울아부지. 예수님, 성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