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생이 국을 끓였다. 약처럼 생긴 육수덩어리를 넣고 쌀뜨물을 붓고 가다랑이 육수와 액젓으로 간을 맞추고
물이 끓을때 불을 약하게 하고 메생이를 넣었다. 의외로 맛이 괜찮아 영감도 잘 먹는다.
우리 어릴적엔 메생이란건 없었고 싱기 란게 있었다. 바짝마른 해초가 머리카락처럼 길게 짚으로 묶여 있었는데
그걸 손으로 잘게 찢으면 바다에 있는 작은 조개도 나오고 돌 조각도 나오고 어쩔땐 흙도 나오고 그렇게 다듬어
간장과 참기름으로 무쳐서 먹으면 바다 냄새도 나는게 맛있게 먹었던 생각이 났다.
내륙지방인 대구는 바다것을 먹기는 쉽지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도 제일 맛있게 먹은 생선은 기름에 노랗게 절은
갈치 였다. 지금도 봄이면 첫물부추를 지짐을 구워 먹는데 우리는 부추에 땡초 하나 밖에 넣지 않는다
파전을 구워도 파 하나만 넣고 전을 부쳐 초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는다. 우리 부부는 초장을 좋아해서 꼭 초장을
찍어 먹는다. 명절이 오면 사돈이 전, 떡 등을 보내주는데 통영이 고향인 사돈은 전에다가 뭔지도 모를 해물을 넣어부쳐
보내 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은 우리식으로 깔금하게 부쳐 먹는게 좋은것 같다.
손자놈은 오늘도 검지 손가락을 세우고 뱅글뱅글 돌리면서 나를 보며 아김없는 윙크를 보내어 주었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손자놈을 보면 내 새끼 키울땐 보지못한 그 귀여운 몸짓을 보면 생명이란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된다. 며느리는 내 몸 걱정을 하면서 " 어머니, 올해 액땜 다 하셨으니 이젠 좋은 일만 남았어요! " 하고 위로해 준다. 착하고 참하다. 그래, 이젠 좋은일만 생겨라 하고 웃는다.
아직 소한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것 같다. 봄이 좀 빨리 오는지.......
월요일은 손자보고 화요일은 치과가고 수요일 쉬고 목요일은 또 손자보러가고 금, 토, 일은 집안일도 하고 산책도 가고, 봄나물도 뜯어와 무쳐먹고...... 성당엘 가야 되는데 이젠 몸이 추스려지는대로 성당엘 가야지...
티비로 미사를 드려도 되지만 아무래도 성전에서 드리는 미사는 느낌이 다르다.
날씨가 풀리면 평일 미사도 부지런히 가자 마음을 다지고 있다. 봄아,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