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일요일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주일미사는 의무다.
"영감, 내 내일 미사가도 되겠능교? " " 안가는게 안 좋겠나? "
가지마란 말이다. 미사를 못드리게 되면서 기도 생활이 되지 않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도 부터 하면 되는데 습관이 안되어서 번번히 저녁이 되면 후회를 한다.
어제 저녁엔 작은놈이 와서 공원앞 식당에 가서 양고기, 소고기, 등등 처음보는 요리들을먹었는데
옆 좌석엔 동남아 인들이 모임이라도 하는양 양다리를 통으로 구워서 먹고 있었다.
난생 처음 양고기를 먹어봤다. 소고기 보다는 담백한것 같았다.
식당에는 가면서 성당에는 가지 말라는 그런 억지를 나는 이길수 없어 내일도 성당에 가는건 단념했다.
이 나이에도 영감의 뜻을 거슬리지 않는것은 정말 만약의 경우 내가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놈의 그 비싼 양꼬치, 소고기 꼬치, 그외 다른 요리를 시켜 먹는걸 보니 아무리 엄마 아버지 대접한다고 하는거지만
돈을 아끼지 않는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내가 잔소리 할 때는 아닌것 같아서 아무말도 못했다.
이제는 내가 관여할수가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아들놈에게 그래도 밥사주는것만 해도 고맙다 생각해야 한다.
늘보리를 사서 팍팍치대어 깨끗하게 씻어서 한번 삶아 놓았다. 늘보리가 몸에 좋은데 보리죽을 끓여 먹으면 위장에도 좋다 하고 장에도 좋단 말을 들어서였다. 예전 어릴적 옆집 해숙이가 꽁보리밥을 간장 하나로 먹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얻어먹고 싶었지만 그때만 해도 보리밥먹기도 힘든 시절이라 같이 먹자 말을 못하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집은 보리를 깔고 쌀밥을 해 먹었다. 쌀과 보리가 적당히 섞인밥은 참 맛이 있는데 꽁보리밥은 먹어보지 않았다.
그제는 삼분카레, 도가니탕,계란을 사놓고 오늘은 그제 아들놈이 사준 고기로 소고기국을 끓였다.
내일은 떡국떡을 좀 사고 소고기를 조금 사서 꾸미를 만들어 놓고 그래도 설이라고 손자놈들 떡국 한그릇은 먹여야 되지 않을까 싶다. 지독한 전염병으로 고향땅에 못간지도 벌써 삼년째다. 시집 식구들도 처음엔 힘들더니 이제 결혼한지 사십년이 지나니 시숙님과도 편안해 졌는데 요즈음은 갈수가 없어져 시어른들 제사도 못지내고 참, 옛날이 봄날이다 하고 쓴 웃음을 짓는다. 성당에 가서 미사도 드리고 친구들 얼굴도 좀 보고싶고........ 되는게 하나도 없네.
연휴가 지나야 십자수 가게도 가 볼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