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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온다

지나19 2022. 2. 17. 12:24

아침일찍부터 전화가 온다. 누군가 보니 대구 친구이다.

이 친구는 생일이 나하고 같은 날이다.  같은 동네에 살며 국민학교 1 학년은 한 반이 되었다.

내 기억속의 그녀는  코에는 항상 코가 흘러내리고 눈꼽이 자주 끼고  이름도 못써서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혼자  칠판앞에 서서 모든 아이들이 보는 가운데  울면서 이름을 쓰곤 하였다.

오빠는 대학교수 였고 언니와 남동생이 있었는데  이 친구의 부족함을 메꾸려고 교수인 오빠가 애를 쓴것 같았다.

물론 이건 나중에 우리가 철이 좀 들었을때 짐작하는바 모든 친구들이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

오빠가 이 친구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학원을 열게 하였다. 당시는 음대 출신이 아니더라도  동네 피아노 학원은

쉽게 열수 있을때 였다. 그렇게 동네피아노집을 열고 당시에는 하기 힘든 테니스 까지 배우게 하고   그렇게 그녀의

부족한 면을 메우고  남편을 구해주길 어떤 대학교의 행정실에 있는 사람을  그녀의 남편으로 정해 주었다.

그 남편도 어진 사람이어서  내가 항상 말하길 마누라 델꼬 산다고 욕본다 하는데.......

그래도 그 친구는 오빠 덕택에 좋은사람 만나 아들 딸 낳고 다 혼인 시키고 언제 부터인가 다도를 배워서  다도 선생으로도 활동하였다.  내가  역학을 배우고 어쩌다 생일이 같은걸 알게 되었는데, 같은 생일인데 그 친구와 내 삶이 어찌이리 다른지  보니  그친구는 낮시간에 태어났고 나는 밤에 태어났다. 그 태어난 시 가 중요한걸 그 친구를 보면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때 선생님은 나를 보고는 별은 밤이 깊을수록 더 빛이 난다고  선문답처럼 하셨는데  과연 나는 젊은날  앞앞이 말못할  세월을 보냈다. 나는 내가 잘 살줄 알았는데  남 보기는 멀쩡 했지만 속 앓이를 몇십년을 하며 살았다.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내 두아들을 장가 보낼 엄두도 낼수 없었다.  그런데 희안하게 두 아들놈은  이쁜 며느리들을 데려왔고  결혼도 쉽게 시킬수 있었고  이젠 이쁜 손자도 둘이고  마음 편히 살고 있다.

 

젊은 시절  힘들때 마다 마음속으로  ' 나도 동화속의 소공녀 처럼 나도 알지 못했던 어떤 친척이 나타나 나에게  돈을 주고  좀 편하게 살도록 해 줬으면.... '   하곤 했다.

정말로 그 소원이 이루어 졌다.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사람으로 인하여 유족연금을 매달 받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덕택에 아들놈들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수 있게 되어 며느리들에게  부끄럽진 않게 되었던것이다.

 

그 친구는 독실한 불교 신자인데  삶에대한 애착이 많은지 내일 위, 대장내시경을 한다며  아프진 않더냐  괜찮을까?

오만 걱정을 하고 있었다.부처님께 다 맡겨라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까짓 내시경 하면서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칠십이 넘은 나이에  나이값도 못하는 것 같아 딱하다 싶었다.

편하게 살다보니  예전 어른들이 말씀 하시던,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싼단 말이 생각났다. 왜 그리 사는지......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늘에 달려 있다는걸  이제사 알게 되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된것이 참 다행이다 싶다.

그분께 다 맡기고 살면  生과 死가 다 감사 할 뿐이다

 

입춘이 지난오늘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 그래도 앞뜰의  홍매화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띄우게 된다.

봄은 온다......